8일 하루에만 ‘2차 진원지’인 삼성서울병원(17명)을 중심으로 23명의 신규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했다. 7일 처음 두 자릿수(15명) 확진자가 나온 데 이어 첫 환자 발생(지난달 20일) 뒤 일일 기준 최다 환자가 확인된 것이다.
그러나 이날 ‘1차 진원지’ 역할을 해왔던 경기 평택성모병원에서는 환자가 1명도 나오지 않았다. 평택성모병원에서 새로운 감염자가 나오지 않자 보건당국은 이 병원을 중심으로 한 메르스 유행은 일단 종식됐다고 밝혔다.
1차 진원지는 조용해졌고, 2차 진원지에선 환자 발생이 이어지자 메르스가 언제까지, 얼마나 더 확산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삼성서울병원 감염자 12일이 고비
보건당국은 일단 12일을 고비로 보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바이러스를 퍼뜨린 14번 환자가 지난달 29일까지 응급실에 있다가 격리됐기 때문이다. 퇴원일인 29일로부터 최대 잠복기인 2주까지(12일까지)는 환자가 계속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8일 발표된 확진자 23명(7일 확진) 중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된 환자 수는 총 17명. 그 전날에도 14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이런 추세는 곧 잦아들 것으로 보건당국은 예상하고 있다.
복지부는 “14번 환자와 접촉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만 600여 명이고, 가족까지 확대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난다”며 “현재 검사가 진행 중인 검체들 중에서도 확진 판정이 나오는 사례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2일이 지난 시점에서도 안심할 수는 없다. 평택성모병원의 경우 병원에 최초로 바이러스를 퍼뜨린 1번 환자가 지난달 17일에 퇴원했음에도 20일이 지난 6일까지 확진환자가 나타났다. 이는 최초 감염자가 퇴원한 이후에도 또 다른 환자들에 의한 3차 감염이 계속 일어났기 때문이다.
보건당국이 14번 환자의 입원 사실을 인지한 뒤 삼성서울병원 환자들을 격리 대상자로 지정한 날짜는 3일이다. 즉, 이때부터 14일이 지난 17일까지는 삼성서울병원에서 3차 감염을 통해 메르스에 걸린 환자가 더 나올 수 있다.
○ ‘3차 확산’ 초미의 관심사
메르스 사태의 또 다른 변수는 삼성서울병원에 있다가 다른 병원으로 옮긴 환자에 의한 ‘3차 감염자’ 발생이다. 76번 환자의 경우 지난달 28일 삼성서울병원에서 퇴원한 뒤 서울 송파구의 A요양병원에서 5일까지 입원했다. 그러나 5일 오후 3시경 고관절 골절상을 입어 서울 강동경희대병원 응급실(5, 6일)과 건국대병원 응급실(6일)에 머물렀다.
76번 환자가 5일부터 발열 증세가 있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강동경희대병원과 건국대병원에서 같은 공간에 머물렀던 사람들 역시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 보건당국은 76번 환자가 건국대병원에서 147명, 강동경희대병원에서 239명을 접촉한 것으로 파악하고 격리 조치를 취했다. 또 입원 당시 발열 증세는 없었지만 A요양병원에서도 감염이 이루어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76번 환자와 강동경희대병원, 건국대병원, A요양병원에서 접촉한 사람들 중 감염자가 생기면 메르스는 다시 한번 확산될 수 있다. 전염의 불길이 평택성모병원에서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겨왔다가 또 다른 의료기관으로 번지는 꼴이기 때문이다.
권덕철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총괄반장은 “건국대병원, 강동경희대병원 등에서 전파 사례가 나타나지 않도록 철저히 격리 관찰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는 한국의 메르스 확산 상황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마거릿 챈 WHO 사무총장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에는 훌륭한 의료시스템이 있고 많은 의사와 전문가들이 있다”며 “내일부터 활동을 시작하는 WHO와 한국 정부의 공동조사단은 지금까지 대응조치의 적정성을 평가하고 추가 조치 또는 전략적 조정의 필요성 등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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