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신경영 성공 잊고 리셋할 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2일 03시 00분


22년전 보고서 쓴 후쿠다 前고문 “새 길 못 찾으면 10년후는 없어”

“22년 전 ‘신경영선언’은 잊으세요. 지금까지의 성공 사례나 기억은 잊고 리셋(reset)해야 합니다.”

후쿠다 다미오(福田民郞·사진) 전 삼성전자 고문은 11일 삼성 신경영선언 22주년을 맞아 이뤄진 삼성그룹 사내 온라인 미디어 ‘미디어삼성’과 가진 인터뷰에서 “완벽하게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혁신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후쿠다 전 고문은 1993년 6월 삼성전자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해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메시지로 잘 알려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신경영 선언을 이끌어냈다. 현재 일본 교토공예섬유대 명예교수로 있다.

그는 “신경영 선언 이후 10년간 삼성의 변화는 대단했다”며 “2003년까지 10년간 매출이 30배 늘었고 10개의 전략을 세워 모두 성공시켰다”고 평가했다. 또 “이제 삼성은 선구자로서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하는 어려운 환경에 처했다”며 “새 길을 제대로 잘 찾아 나가느냐에 따라 향후 10∼20년이 좌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후쿠다 전 고문은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할 것인가’부터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GE와 파나소닉은 업종을 바꾸고 있는 반면 소니는 여전히 전자기기 범위 안에서 새로운 걸 내놓으려고 한다”며 “어느 쪽이 맞는지 알 수 없지만 삼성도 이제 그런 결단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22년 전 이 회장과의 만남에서 받은 강한 인상도 전했다. 그는 “이 회장이 조용히, 천천히 말하지만 질문이 굉장히 날카로워 그렇게 긴장했던 것은 처음이었다”고 기억을 곱씹었다. 지금 이 회장을 다시 만난다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그는 “오히려 이 회장에게 지금 미래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며 “이 회장은 항상 미래만 얘기했고, 언제나 앞을 향해 있었다”고 답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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