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말기 자주국방의 의지 서린…
삼청동 금융연수원 부지 조사중 발견… 현재 남은 건물과 길이-폭 같아
‘ㄱ’자 형태의 다른 축 추정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한국금융연수원 부지에는 중국식 벽돌집 하나가 있다. 조선 말기 근대식 무기를 제작하던 관청인 기기국(機器局)의 무기 공장인 번사창(飜沙廠)이다. 1884년 건립된 이곳은 당시 일본과 서구 열강의 압박이 거세지던 때 나라의 힘을 기르기 위한 선조들의 의지가 담겨 있다. 1982년 서울유형문화재 제51호로 지정됐다.
이 번사창의 ‘쌍둥이 건물’ 터가 발견됐다. 번사창의 규모가 현재 남아있는 규모보다 훨씬 더 컸던 것으로 보인다.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연수원 측이 번사창 옆에 합숙소를 짓기 위해 올해 2월 매장 문화재 조사를 하던 중 옛 건물 터가 발견됐다. 문화재청과 서울시의 전문가 조사를 거쳐 현 번사창 관련 건물로 확인됐다.
이번에 발굴된 건물 터의 강회다짐 및 지대석의 기초 축조 방식이 현재 번사창 건물과 동일했다. 추정되는 건물 크기 또한 폭 10.1m, 길이 27.8m로 번사창과 거의 같았다. 더군다나 ‘일제강점기지형도’(1921년) ‘총독부세균검사실부속 소동물실 증축공사 배치도’(1928년) 등 옛 문서에는 당시 번사창 건물이 ‘ㄱ’자 형태로 표시돼 있다. 현 번사창이 ‘ㄱ’자의 한 축이고, 건물 터가 다른 축인 셈이다. 서울시는 발견된 건물 터를 포함해 관련 문화재 보호구역을 지난달 29일 245.4m²에서 690.3m²로 확대해 지정고시했다.
조선 말기 자주 국방의 의지를 담았던 번사창은 일제강점기 세균 및 동물실험실로 쓰였다가 광복 후 중앙방역연구소로 사용됐다. 문화재 지정 후에는 내부 전시실을 갖춰 일반에게 공개되고 있다. 서울시 문화재연구팀 관계자는 “새 건물 터를 원형대로 보존하고 관련 전시관을 만들어 외부에 공개하는 방안을 연수원 측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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