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어디까지/삼성병원 진료중단]삼성병원 주변 불안감 확산
市 “메르스 아닌 환자 모두 옮길수도”
“이런 시국에 그 병원에는 무슨 일로 가세요?”
14일 오전 기자가 삼성서울병원에 가달라고 말하자 택시기사가 경계심을 잔뜩 품은 채 물었다. “혹시 병원에서 근무하는지”, “왜 마스크를 쓰지 않았는지” 등 질문이 쏟아졌다. 기자의 상황 설명을 듣고 난 뒤 그는 “손님 입에서 삼성서울병원의 ‘삼’자만 나와도 솔직히 무섭다”며 “(병원이) 일부 폐쇄됐다니 갈수록 상황이 나빠지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 “상황 나아질 걸로 기대했는데”
이날 병원은 일주일 전 기자가 찾았을 때보다 더 고요했다. 1층 접수처에는 취재진과 병원 직원만 보였다. 일반 병동으로 가는 엘리베이터 앞에서는 보안직원이 면회객들의 출입을 통제했고 일반 환자들이 쉬던 야외 휴식 공간도 폐쇄됐다.
주말 동안 메르스 사태가 진정되길 바랐던 사람들의 기대는 산산조각이 났다. 오히려 삼성서울병원의 ‘부분 폐쇄’ 결정으로 서울 강남 일대 주민들은 극도의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병원 근처에 사는 김원자 씨(60·여)는 “이송요원이 추가 감염되면서 동네에 사는 의사, 간호사들이 전부 기피 대상이 됐다”며 불안해했다. 약국이 모여 있는 주변 한 건물의 관리인인 전수철 씨(64)는 “며칠만 있으면 곧 괜찮아질 거라는 소식에 기대했는데 결국 병원 폐쇄까지 왔다”며 “원래 건물 내 약국들이 일요일에 돌아가며 가게를 여는데 병원 찾는 손님이 끊기다 보니 오늘은 아무도 안 나왔다”고 말했다.
12일 일괄 휴업 종료로 15일 대다수 학교가 정상 등교를 앞두고 있어 학부모들의 혼란은 커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 사는 한 30대 여성은 “요새 어디 가서 일원동 산다고 하면 죄인 취급 받는다”면서 “(휴교 조치가 끝나는데)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도 걱정이고 안 보내도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 “최악의 상황 대비해야”
14번 환자에 이어 이송요원인 137번 환자의 방역관리도 허술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서울시는 삼성서울병원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공동특별조사단 구성을 제안했다.
박원순 시장은 이날 시청에서 열린 메르스 대책회의에서 “삼성서울병원은 메르스 대응과 관련해 그동안 국가방역망에서 사실상 열외 상태로 놓여 있었다. 그것이 오늘날 큰 화를 불러왔다”며 “정부와 시가 주체가 되는 특별대책반이 업무를 총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또 삼성서울병원의 전면 폐쇄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창보 서울시 보건기획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최악의 상황을 전제한다면 병원 전체가 메르스 환자 치료 병원으로 바뀔 수도 있다”며 “(이렇게 되면) 안전지대 환자들을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해 전국 병원의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부와 서울시, 병원 측이 실질적인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삼성 “이건희 회장 퇴원 검토안해” ▼
한편 삼성그룹은 이번 부분 폐쇄 결정에 이재용 삼성생명공익재단 신임 이사장의 의견이 반영된 것은 아니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삼성서울병원을 설립한 곳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병원 부분 폐쇄는 병원이 메르스 확산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자체적으로 내린 결론”이라며 “다만 병원 측은 보건당국과 실시간으로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 병원 20층 VIP 병동에 입원 중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퇴원도 검토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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