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신임 국무총리는 18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임명장을 받자마자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으로 향했다. 취임식도 미룬 채 메르스 격리와 치료의 최일선 현장 방문을 첫 행보로 택한 것. 대통령의 명을 받아 국정을 통할(統轄)하는 임무를 부여받은 황 총리가 ‘메르스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순간이었다.
○ “내가 메르스 컨트롤타워!”
국립중앙의료원에 도착한 황 총리는 다른 방문자들처럼 손을 소독하고, 발열 검사를 받은 뒤 엄격하게 통제되고 있는 병원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5층과 8층에 마련된 격리음압병동에서 안명옥 국립의료원장과 의사, 간호사 등을 만나 환자 현황과 치료 상황을 보고받았다.
황 총리는 “메르스로 인한 국민의 불안을 없애기 위해선 일선 현장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에 제일 먼저 (국립중앙의료원을) 찾아왔다”며 “온 국민이 의료진을 응원하고 있다”고 격려했다. 또 “범정부적으로 모든 자원을 동원해 의료진을 돕고 메르스가 종식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황 총리는 이어 서울 중구 보건소 메르스 대책 본부에서 “한 시간이라도 더, 한 걸음이라도 더 환자들에게 다가가 조속한 시일 내에 메르스가 퇴치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보통 총리의 현장 방문 때는 주무 부처 장관이 수행하지만 보건복지부 장관과 국민안전처 장관의 모습은 없었다. 황 총리는 “의전보다 업무에 열중해 달라”며 일부 수행원만 대동했다.
국립중앙의료원과 보건소를 방문한 뒤 정부서울청사로 돌아온 황 총리는 곧바로 각 부처 장관과 함께 메르스 범정부 대책회의를 열었다. 정부서울청사와 세종청사 간 영상회의 형식으로 진행된 회의에서 황 총리는 “오늘부터 메르스가 종식될 때까지 비상근무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앞으로 확진자가 발생하거나 거쳐 간 의료기관 중 감염 관리가 미흡하거나 관리 부실이 드러난 곳은 즉각대응팀의 판단 하에 일시 폐쇄를 원칙으로 강력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삼성서울병원과 주요 병원에 대해 총리실이 직접 나서 ‘선(先)개선 후(後)조치’ 방식으로 신속하게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황 총리는 “진행 상황과 대응 현황을 매일 점검해 현장의 문제를 찾고 회의에서 논의·결정되는 사항은 즉시 조치하도록 해 나갈 것”이라며 “이 회의를 중심으로 그간 정립된 정부 대응체계가 보다 원활히 작동하게 하고, 불필요한 논의나 행정 절차는 최소화해 신속한 대응을 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날 저녁을 간부들과 함께 도시락으로 대신하면서 늦은 밤까지 회의를 계속했다.
이에 따라 범정부지원대책본부 현장지원반을 세종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에 파견해 현장에서 지원 결정이 가능한 신속 지원 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 19일 ‘신임 총리 국회 데뷔전’
황 총리는 19일 오전 국립 현충원을 참배한 뒤 국회 대정부질문에 참석한다. 총리로서 공식 국회 데뷔전을 치르는 것. 이번 대정부질문은 19일 외교·통일·안보, 22일 경제, 23일 교육·사회·문화, 24일 정치 분야로 나흘간 열린다.
국회는 당초 18일 대정부질문 정치 분야를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황 총리의 임명동의안 표결을 위해 24일로 연기했다. 이날 황 총리의 임명 절차가 마무리되면서 19일 외교·통일·안보분야 질문부터 황 총리가 국정 2인자 신분으로 국회 대정부질문에 참석한다.
52일 동안 총리 공백 사태가 이어지면서 황 총리가 대정부질문 외에도 해결해야 할 현안이 쌓여 있다. 특히 메르스 사태 속에서 ‘컨트롤타워’ 부재에 대한 비판이 계속된 만큼 황 총리는 부처 간 혼선 조율 등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적극 나설 계획이다.
황 총리는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4대 총리 취임식에서 “총리의 명운을 건다는 각오로 메르스를 조속히 종식시키도록 노력하겠다”며 “국가의 모든 자원과 인력, 수단을 총동원해 메르스를 퇴치하고 국민께 ‘더이상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씀을 드릴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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