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두 장관은 일본 근대산업 유적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와 관련해 ‘일본이 강제징용 관련 사실을 표기하는 대신 한국은 유네스코 등재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은 좋은 협력 사례를 통해 다른 문제에 있어서도 선순환되는 방향으로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은 “일본이 신청한 일본 근대산업 유적과 한국이 신청한 백제의 역사지구 등 두 안건이 함께 등록되도록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기시다 외상이 언급한 백제 역사지구는 △공주 공산성 △부여 나성 △익산 미륵사지 등 백제의 역사를 나타내는 유적으로 최근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로부터 등재 권고를 받았다.
일본 근대산업 유적에 강제징용 사실을 어떻게 표기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조만간 열리는 차관보급 3차 회의에서 정하기로 했다.
다만 일본 측은 법적인 책임 등을 우려해 ‘강제’라는 단어를 넣는 것에 거부감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별도 표지판을 세우는 방안과 관련해서는 사유지가 많아서 정부가 직접 나서기 힘들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세부 방안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총회(6월 28일∼7월 8일) 전까지 합의되지 않으면 일단 한국 측 주장을 반영하겠다고 약속하고 등재하는 방안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한국은 총회 전까지 어느 정도 구체적인 합의가 나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국 장관은 또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행사에 양국 정상이 교차 참석하는 것을 계기로 고위 인사 간 교류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두 장관은 또 앞으로 국제회의가 열리는 장소에서 외교장관 회담을 정례화하는 것도 합의했다.
한편 회담장 주변에서는 우익단체 회원 30여 명이 일장기가 들어간 군복을 입고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이름) 수호’ ‘일한 국교 단절’ 등의 깃발을 들고 확성기를 통해 구호를 외쳤고 경찰은 저지선을 만들어 삼엄한 경비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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