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8군 사령관으로서 6·25전쟁을 이끈 제임스 밴 플리트 장군(1892∼1992)이 한국 정부에 당시 전황을 알린 것으로 추정되는 자필 메모가 24일 처음으로 공개됐다. 메모 작성 시기로 추정되는 1953년 초 밴 플리트 장군은 전쟁이 두 달이면 끝날 것으로 분석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등에 따르면 동아일보가 입수한 2장의 메모는 밴 플리트 장군이 사령관으로서 전체적인 전쟁 판세를 파악한 메모의 일부로 보인다. 연필로 쓴 것으로 보이는 이 메모의 맨 윗부분에는 ‘육군 사령관 메모(Army Commander Memo)’라는 표시가 인쇄돼 있다. 메모 한 장의 좌측 상단에는 ‘외부용(ON)’, 다른 메모지의 좌측 상단에는 ‘내부용(OFF)’이라는 표시가 있다. ‘ON’이라고 표시된 메모에는 밴 플리트 장군이 한국 정부에 알리고자 하려던 것으로 보이는 내용들이 포함돼 있다.
외부용으로 보이는 메모는 미8군을 뜻하는 단어인 ‘EUSAK(Eighth U.S Army in KOREA)’로 시작된다. 밴 플리트 장군은 이어 “또 한 달 (성과가) 아주 좋은 타격이었다. 적군 상황은 훨씬 더 나쁘다(Reds in a much worse condition). 현 전황이 유엔군에 가장 좋다”라고 썼다. 메모 아래에는 한국군 이름 2명과 ‘훈장(medal)’이라고 적었다. 그중 한 사람은 6·25전쟁 당시 초대 12사단장을 맡았던 윤춘근 장군이다. 이 같은 내용을 종합해 볼 때 당시 한국 정부 관계자에게 알리기 위한 메모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군사편찬연구소 측의 설명이다.
내부용으로 보이는 문건에서 밴 플리트 장군은 6가지 이유에서 적군이 앞으로 버틸 수 있는 기간을 60일로 분석했다.
6가지 이유를 다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정치적인(Political) 변수와 △점령한 고지(Hills) △포병(artillery)과 보병(infantry)의 합동 작전(Try Art. Inf. team) 등을 꼽았다. 이어서 강원도 철원 지역에서 벌어진 대표적 전투였던 켈리(Kelly)고지 전투와 백마(Whitehorse)고지 전투를 표시한 뒤 ‘전환(Diversions)’이라고 적었다. 이들 고지전으로 국면 전환을 이뤘다는 뜻으로 보인다. 백마고지 전투가 1952년 10월이었던 만큼 이 메모를 쓴 시기는 1953년 초로 추정된다.
군사편찬연구소 남보람 소령은 “연합군을 지휘했던 밴 플리트 장군이 직접 전황을 분석한 기록은 역사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사료”라며 “메모광으로 알려진 그가 6·25전쟁 관련 기록을 더 많이 남겼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적극적인 사료 발굴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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