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마라토너 귀화 추진에 황영조 “누가 마라톤 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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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년 6월 25일 12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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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조 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 동아일보 DB
황영조 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 동아일보 DB
케냐 출신 마라토너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27·Wilson Loyanae Erupe)의 특별귀화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 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44)은 반대의 뜻을 나타냈다. 대한민국 선수들의 희망이 없어진다는 게 주된 이유다. 에루페의 귀화가 현실이 되면 국내 여건 상 제2의 황영조, 제2의 이봉주가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라는 주장.

황 감독은 25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 케냐 마라토너 에루페의 귀화 논란에 대해 “(귀화한다면) 우리나라 선수들이 누가 마라톤을 하겠느냐? 어차피 케냐 선수 중에 잘 뛰는 선수 데리고 와서 훈련만 시키면 바로 성적 낼 것이다. 우리 선수가 노력할 이유가 없는 것 이다. 그냥 적당히 좋은 외국 선수들 뽑아서 데리고 올 수 있는 팀들은 성적을 낼 것이고, 그렇지 못한 팀들은 다 죽는다”며 불쾌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어 “손기정 선수가 베를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이후 제가 56년 만에 금메달을 땄다. 그 시간 동안 엄청난 침체기를 거쳤지만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하면 우리 대한민국 선수가 올림픽 금메달을 따는 날이 올 수 도 있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더 여유를 가져서 접근할 문제”라며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황 감독은 이번 귀화 논란을 시발점으로 많은 외국 마라톤 선수의 ‘귀화 릴레이’ 현상도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 선수(에루페)의 귀화가 시작되면 앞으로 많은 외국 출신 선수들이 대한민국에 귀화를 또 신청할 것이고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마라톤뿐만 아니라 단거리 종목에서도 자메이카 쪽 같은 외국 출신 선수들이 대한민국에 또 귀화를 시도할 것”이라며 외국 선수의 귀화 문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을 나타냈다.

또 현재 우리 선수들과 올림픽 무대를 목표로 준비하는 미래 인재들이 받을 타격도 염려했다. 황 감독은 “에루페가 대한민국 선수로서 시합에 참가할 경우 에루페를 이길 (국내) 선수는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지금 대한민국에서 달리고 있는 좋은 선수들과 나름 대한민국 국가대표 급 선수들, 마라톤 꿈나무 선수들이 상당한 좌절감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다만 에루페가 좋은 선수라는 것은 인정했다.
황 감독은 “대한민국에서 개최된 마라톤대회에 출전해서 우승을 여러 번 했고 좋은 기록을 낸 케냐 선수이다”며 “(에루페의) 최고 기록은 2시간 5분대이고 현재 세계기록은 2시간 2분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내 정진혁 선수가 (2시간) 9분대를 한 번 기록하고 두각을 나타내지 못해 저조한 기록으로 선수생활 중”이라며 “에루페 선수와 대한민국의 선수 실력차를 비유하자면 ‘프로’와 ‘아마추어’ 차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면서 “우리나라 선수들은 에루페 선수가 참가한 대회는 피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 덧붙였다.

이어 황 감독은 “귀화를 시킬 것이 아니라, 일본처럼 외국의 좋은 선수들이 한국에 와서 훈련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외국 선수들을 데리고 올 수 있는 팀이 성적을 내는 거지, 대한민국 선수들을 데리고 열심히 지도한 지도자들은 성적이 안나올 것”이라며 대안을 제시했다.

한편 지난 23일 입국한 에루페는 이날 입단식을 갖고 충남 청양군청 소속 선수로 활동한다. 그는 10월에 열리는 2015 경주국제마라톤대회 이후 귀화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귀화 절차는 대한육상경기연맹이 추천서를 쓰고, 대한체육회가 검토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에루페는 오창석 백석대학교 교수(53·육상감독)와의 인연으로 국내 귀화를 추진하고 있다. 오 감독은 2007년부터 케냐 엘로레트와 나이로비에 마라톤 훈련 캠프를 차리고 에루페를 발굴해 체계적인 훈련 끝에 세계 정상급 선수로 키웠다.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기사제보 d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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