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유승민 사퇴’ 압박/朴대통령 여야 비판 이후]
野 의사일정-상임위 전면 보이콧… 경제활성화법-추경안 처리 안갯속
박근혜 대통령이 불을 지핀 ‘거부권 정국’의 후폭풍이 국회를 강타하고 있다. 야당은 즉각 여야 합의를 일방적으로 무시한 ‘독선 정치’라며 메르스법안을 제외한 모든 의사일정과 상임위원회 활동을 거부했다. 여당도 “지금은 여권 내부 집안싸움을 정리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분위기다. 6월 임시국회 회기 내(7월 7일)에 경제활성화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불투명해졌다.
당장 26일로 예정됐던 상임위가 모두 취소됐다.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원자력발전소 추가 건설 방안을 담은 제7차 전력수급계획을 보고하기로 했지만 이 또한 무산됐다.
여야는 전날 본회의에서 지난달 처리가 무산됐던 크라우드펀딩법안을 비롯해 하도급거래공정화법안 등을 통과시킬 계획이었지만 막판에 무산됐다. 당장 여야가 극적으로 협상 재개에 합의하기 어려운 만큼 다음 달 1일로 예정된 본회의에서 이 법안을 포함한 60여 개 법안 처리가 모두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박 대통령이 틈만 나면 강조하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안도 상임위가 ‘올스톱’ 되면서 답답한 상황에 처했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계류 중인 관광진흥법안의 회기 내 처리도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내수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정부는 10조 원 안팎 규모의 추가경정 예산안을 다음 달 통과시킬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거부권 정국에 휩쓸려 처리가 늦춰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사용처가 명확하지 못한 주먹구구식 편성”이라며 ‘맞춤형 추경’을 요구하고 있다.
메르스 사태 수습 논의도 지연되고 있다. 전날 본회의에서는 감염병 환자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안 1개만 처리됐다. 정작 감염병 전문 병원 설립과 환자, 의료기관에 대한 재정지원을 위한 법안들은 아직 논의 중이다. 그나마 거부권 정국으로 인해 정부와 여야 간 논의가 뒷전으로 밀려날 수 있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안과 연계돼 개정이 불가피한 사학연금법 개정안도 당분간 여야 협상 테이블에 오르기 힘들어 보인다. 앞서 여야 모두 사학연금법 개정에 공감하면서 급물살을 타는 듯했지만 거부권 정국 이후 상황이 바뀌었다. 국회 공적연금강화특별위원회와 사회적 기구 역시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다. 시급한 현안들이 거부권 정국에 휩싸여 모조리 뒷전으로 밀리는 모양새다.
야당은 이른바 ‘숙박 투쟁’에 돌입할 정도로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당장 의사일정이 정상화되긴 어려워 보인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박 대통령은 국회를 능멸하고 모욕했다”며 “‘배신’이니 ‘심판’이니 온갖 거친 단어를 다 동원했다. 할 수만 있다면 국회를 해산해 버리고 싶다는 태도였다”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여당 지도부는 당청 갈등이라는 급한 불을 꺼야 하는 상황이라 야당과의 협상이 쉽지 않아 보인다. 주요 현안을 조율할 당정청 회의도 한 달 넘게 열리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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