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으로 촉발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를 둘러싼 여권의 내전이 전면전으로 치달을 기세다.
김무성 대표는 28일 대구에서 서울로 돌아온 유 원내대표와 장시간 전화 통화를 통해 사태 수습 방안 등을 논의했다. 김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내가 직접적으로 유 원내대표에게 사퇴하라는 말을 하지는 않았다”면서도 “대다수 의원의 의견은 ‘대통령과 유 원내대표가 싸웠을 때 유 원내대표가 이길 수는 없지 않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런 의견은 내 생각이고, 유 원내대표에게 전달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당내에선 김 대표가 유 원내대표에게 이 같은 기류를 전달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 원내대표는 김 대표와의 통화에서 자진 사퇴를 완강하게 거부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유 원내대표와 통화한 뒤 친박(친박근혜)계 맏형인 서청원 최고위원과도 통화해 사태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
이와 관련해 친박계는 김 대표가 유 원내대표의 자진 사퇴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 최고위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회사에서도 사람들이 잘못하면 책임을 진다”며 “겸허하게 대통령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친박계는 유 원내대표가 사퇴를 거부할 경우 이르면 29일 의원총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하지만 유 원내대표와 통화한 원내지도부의 한 인사는 “유 원내대표 개인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사퇴할 의사가 없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한 재선 의원은 “청와대가 강하게 나올수록 부담을 느끼는 측면도 있지만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의원들의 반발감이 있다”며 “아직은 유 원내대표가 물러나면 안 된다는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번 갈등은 단순히 유 원내대표 개인의 거취 문제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내년 4월 총선과 2017년 대선까지 염두에 둔 여권의 ‘새판 짜기’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분수령은 29일 경기 평택의 현장최고위원회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친박계는 유 원내대표의 자진 사퇴를 요구할 계획이지만 김 대표 측은 “메르스 등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그 문제는 논의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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