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유승민 거취’ 충돌] 28일 장시간 통화… 결론은 못내
金“朴대통령과 유승민, 셋이서 예전엔 제일 가까웠는데” 한숨
“내가 어떻게 유승민에게 (사퇴하라는) 얘기를 하나… 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28일 저녁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예전에 나와 유승민, (대통령까지) 셋이 제일 가까웠는데…”라며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유 원내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의 사실상 불신임 통보에 거듭 사과했지만 청와대의 싸늘한 시선은 여전하다. 중재역을 자임하고 있지만 유 원내대표가 완강히 버틸 경우 별 뾰족한 해법이 없다는 점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한 것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날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는 ‘장시간’ 통화를 하면서 거취 문제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김 대표는 “시나리오를 두고 이럴 경우 ‘너는 어떻게 하고,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논의했다”며 “시나리오는 1∼6이 있다”고 했다. 유 원내대표는 자진 사퇴를 거부했다. 그만큼 이번 사태는 출구(出口)전략이 없는 듯 복잡해 보인다. 실제로 친박(친박근혜)계는 김 대표가 유 원내대표의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고 해석했지만 비박계는 이런 가능성을 일축하며 “자칫하면 사태가 장기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기로에 선 김무성 대표
김 대표는 국회법 개정안이 위헌이라는 청와대의 ‘뜻’을 존중하면서도 유 원내대표의 재신임을 이끌어 내면서 거부권 정국의 줄타기를 시도했다. 하지만 청와대와 친박계는 “이 정도로 봉합될 사안이 아니다”라며 압박 수위를 더욱 높여가고 있다. 김 대표가 박 대통령의 6·25 국무회의 발언이 몰고 올 후폭풍에 대해 다소 안이하게 대응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김 대표 측은 친박계가 사생결단 식으로 나오는 배경을 주목하고 있다. 친박계의 반발이 단순히 국회법 개정안 문제나 유 원내대표의 원내 운영에 누적된 불만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 친박계가 박심(朴心·박 대통령의 의중)을 지렛대 삼아 이참에 ‘K(김무성)-Y(유승민) 비박 지도부’ 체제를 뒤집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라는 얘기다.
김 대표 측은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의 관계를 ‘순망치한(脣亡齒寒·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뜻)’으로 보고 있다. 친박계의 총공세로 유 원내대표가 물러날 경우 김 대표도 온전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김 대표로서는 유 원내대표 카드를 쉽게 접을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여권 관계자는 “핵심은 결국 내년 총선 공천권”이라고 했다.
김 대표와 친박계의 갈등 이면엔 김 대표가 20대 총선에서 추진하겠다고 밝힌 ‘완전국민경선제(오픈 프라이머리)’에 대한 신경전도 작용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국민의 뜻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지만 공천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입김을 배제하겠다는 속내 아니냐는 의심이다. 결국 공천 지분도 갈등 요인이라는 얘기다.
○ 표류하는 당직 인사
새누리당의 당직 인선도 표류하고 있다. 당내 친박계와 비박계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당 지도부의 거취 문제까지 논란이 되면서 당직 인선을 논의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당직 인사의 핵심은 사무총장이다. 김 대표의 애초 구상은 새누리당이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비영남권 지역 출신 의원 중 중진급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당청 관계가 파탄 직전까지 가는 위기를 겪은 만큼 김 대표로서도 청와대의 의중을 더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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