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원 8명중 5명 ‘유승민 사퇴’ 동조할 듯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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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유승민 거취’ 충돌]
중진들 ‘劉책임론’ 확산… 비박 “재신임 黨心뒤집나” 반발

《거부권 정국에서 촉발된 여권의 내전(內戰)이 격화되고 있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거듭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과했지만 청와대는 여전히 ‘유승민 불가’라는 강경한 태도다. 어느새 주류에서 밀려난 친박(친박근혜)계는 이 같은 ‘박심(朴心)’을 등에 업고 파상 공세에 나섰지만 유 원내대표를 재신임한 당심(黨心)을 뒤집기는 아직 부족해 보인다. 중재에 나서야 할 김무성 대표와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 채널은 무력화된 상태다. 여권 내부에선 박심과 당심이 정면충돌하는 ‘치킨게임’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이 개발한 정치 참여 애플리케이션 ‘온통소통’에서도 유 원내대표의 거취를 놓고 갑론을박의 내전이 벌어지고 있다. 눈길은 제2연평해전 13주년을 맞아 29일 경기 평택시에서 열리는 현장 최고위원회의로 쏠린다. 유 원내대표의 항복을 받아내려는 청와대와 친박계의 뜻이 관철될지, 내분 장기화로 갈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친박 ‘공세’] 서청원 “유승민, 자존심 세울 필요 없다” 사퇴 종용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는 주말 내내 긴박하게 움직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불신임한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 공세를 밀어붙이기 위해서다. 우선 29일 열리는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유 원내대표 사퇴를 공론화하는 것이 1차 목표다.


○ 친박계, 최고위원 집중 공략 나서


친박계는 최고위원들을 집중 공략하는 데 주력했다. 한 친박계 핵심 의원은 28일 “주말에 이인제, 김을동 최고위원 등과 친박계가 접촉을 했고 이들도 유 원내대표 사퇴의 필요성에 동의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의원총회를 소집하기 위한 정족수(16명)도 채웠다. 최고위에서 유 원내대표를 강하게 압박해 분위기를 조성한 뒤 7월 1일 의총을 열어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이끌어내겠다는 2단계 대응 전략이다.

친박계는 일종의 ‘충격과 공포’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유 원내대표 사퇴 문제가 정리되지 않을 경우 여권의 내홍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친박계는 유 원내대표가 계속 버틸 경우 박근혜 대통령의 탈당과 분당 가능성까지 공공연하게 거론하고 있다.

○ 최고위원 8명 중 5명은 사퇴에 동조할 듯

29일 당 최고위원회의를 앞두고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최고위원의 대응이 주목받고 있다. 서 최고위원은 지난해 7월 전당대회에서 자신을 지지한 유 원내대표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26일 친박계 7인 회동에서 유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를 서 최고위원에게 일임하기로 한 만큼 29일 최고위에서 유 원내대표의 자진 사퇴를 촉구할 가능성이 높다. 서 최고위원은 2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의 최고지도자(대통령)가 그런 말(유 원내대표의 책임)을 했으면 누가 옳은지 싸우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유 원내대표가 자존심을 세울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이정현 최고위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박 대통령이 화가 많이 난 정도가 아니라 (유 원내대표에 대한 유감이) 쌓이고 쌓이고 쌓인 것”이라며 사퇴를 촉구했다. 김을동 최고위원도 친박계로 분류되고 있다.

여기에 비박계로 분류되는 이인제 최고위원도 28일 “청(와대)과 최종 조율이 안 된 상태에서 (국회법 개정안) 협상을 밀어붙여 파국을 가져온 일인데 원내대표가 아니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라고 가세했다. 김태호 최고위원도 “유 원내대표가 모든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 원내대표의 우군(友軍)이 돼줄 수 있는 최고위원은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정책위의장, 유 원내대표 본인 등 3명 정도다. 김 대표는 26일까지는 “(유 원내대표를 재신임한) 의원들의 생각도 존중돼야 한다”며 유 원내대표를 감쌌다. 하지만 28일에는 “대다수 의원들의 의견은 대통령과 유 원내대표가 싸웠을 때 유 원내대표가 이길 수는 없지 않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의 태도 변화가 감지되는 대목이다. 유 원내대표는 아직은 자진 사퇴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 최고위 압박 비판론도 제기

친박계의 파상 공세에 유 원내대표를 지지해온 일부 비박계 의원도 부담을 느끼고 있다. 중립 성향의 한 재선 의원은 “유 원내대표의 신임을 묻는 의총이 열리면 비박계에서 이탈 표가 나올 것”이라며 “유 원내대표 사퇴 요구가 과하다고 생각하더라도 총선을 앞두고 박 대통령과 척을 지기에는 너무 부담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비박계가 대부분인 원내 지도부는 유 원내대표를 재신임한 25일 의원총회에서 드러난 당심의 급격한 반전은 없을 것이라고 보는 분위기다. 주말 내내 의원들을 접촉한 원내 지도부의 한 인사는 “의원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대세는 뒤집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친박계가 최고위를 통해 유 원내대표의 거취를 압박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도 있다. 한 비박계 초선 의원은 “당헌상 의원들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는 의원총회”라며 “이미 25일 의총에서 유 원내대표 재신임에 의견을 모았는데 이를 최고위에서 뒤집겠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장택동 will71@donga.com·홍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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