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천하절경, 저우장(周庄)

  • 동아닷컴
  • 입력 2015년 6월 30일 13시 29분


수로에 맞대어 있는 집들 사이로 뱃사공의 노랫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수로에 맞대어 있는 집들 사이로 뱃사공의 노랫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쑤저우 역에서 상하이(上海) 행 고속철을 타고 10분 정도만 달리면 쿤산 역에 도착한다. 상하이에서 자동차로 30여 분 거리인 쿤산은 장쑤성(江蘇省)의 맨 동쪽에 위치한 도시이다. 번듯한 도로와 깔끔한 거리 풍경이 인상적이다. 우리나라의 계획도시인 분당이나 일산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긴다. 역에 도착했을 때부터 내리던 보슬비가 갑자기 폭우로 변했다. 장대비가 쏟아지는 가운데에도 도시의 경관이 잘 꾸며진 정원 같다. 가로수와 숲은 숙련된 정원사의 손길이 닿은 것처럼 잘 단장돼 있다. 역시 정원의 도시답다.
저우장 광장에 세워진 문을 통하면 현대와 과거의 경계에 서게 된다.
저우장 광장에 세워진 문을 통하면 현대와 과거의 경계에 서게 된다.
중국 최초로 5A급 관광지구로 선정된 저우장 입구에 세워진 표석.
중국 최초로 5A급 관광지구로 선정된 저우장 입구에 세워진 표석.

쿤산 역에서 다시 1시간가량 빗길을 달린 끝에 ‘물의 도시’ 저우장에 도착했다. 초입에 세워진 ‘中國第一水鄕周庄’(중국제일수향주장)이라 새겨진 표석이 맨 먼저 눈길을 붙잡았다. 전통 그대로의 멋과 풍광을 고스란히 간직한 주장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이다. 명나라와 청나라 때의 아름답고 고풍스런 건축물이 아직까지도 60% 이상 보존돼 있다.
수많은 배들이 끊임없이 드나드는 저우장 수로에는 드물게 처녀 뱃사공도 볼 수 있다.
수많은 배들이 끊임없이 드나드는 저우장 수로에는 드물게 처녀 뱃사공도 볼 수 있다.

마을은 수로와 다리가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다. 좁은 수로에 작은 조각배가 줄지어 떠간다. 여자 사공이 한 팔로 노를 젓는데도 5~6명이 탄 배는 스르르 미끄러져 간다. 물길 좌우로 빼곡한 집들의 대부분은 흰 벽에 검은 기와가 올려진 살림집들이다. 수로에서 대여섯 계단만 오르면 바로 집에 들어선다.
저우장의 대표적인 포토 포인트인 쌍교. 관광객의 가던 길을 멈추게 하는 힘이 있다.
저우장의 대표적인 포토 포인트인 쌍교. 관광객의 가던 길을 멈추게 하는 힘이 있다.

수로에 흐르는 물처럼 천천히 20분쯤 걸었다.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는 다리 앞에 도착했다. 이곳이 바로 중국 화가 진일비(陣逸飛)의 그림 ‘고향의 추억’을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저우장을 알리는 데에 크게 기여한 쌍교이다.
거부 심만삼의 사가(私家) 1층에는 많은 자녀들을 위해 별도 공간을 마련해 이복 형제 자매들이 한 자리서 공부했다고 한다.
거부 심만삼의 사가(私家) 1층에는 많은 자녀들을 위해 별도 공간을 마련해 이복 형제 자매들이 한 자리서 공부했다고 한다.

거부 심만삼(沈萬三) 딸들의 신랑감 선보이기
명나라 초기의 거부이자 상인이었던 심만삼(沈萬三)의 고택도 둘러볼 만하다. 여러 명의 아내가 낳은 아이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교육하는 방이 눈길을 끈다. 겨우 발끝만 걸쳐질 정도로 가파르고 좁은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가면 이 집의 딸들이 신랑감을 선봤다는 쪽문도 있다. 돼지 허벅지살로 족발처럼 만든 ‘만삼제(만삼족발)’이 맛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중국 제1의 게의 고장, 바성(巴城)
매년 9~10월의 대갑게 철이 되면 바성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양정호에서 대갑게 페스티벌이 열려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다. 일행 중 한 명은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게는 처음 먹어본다”며 탄복했단다. 제철이 아닌 때에 이곳을 찾은 우리는 아직 덜 여문 게에 만족해야 했다. 서울 종로 피맛골 분위기가 나던 바성의 옛 거리에는 강남 목각관, 게 문화관 등 흥미로운 전시관이 많이 있다.
삶은 오리고기와 튀긴 생선을 곁들어 먹는 오조면. 백탕과 홍탕, 선택이 아닌 두 그릇이 한 세트다.
삶은 오리고기와 튀긴 생선을 곁들어 먹는 오조면. 백탕과 홍탕, 선택이 아닌 두 그릇이 한 세트다.

국물 맛이 끝내줘요~! 오조면
쿤산의 전통음식 중에 오조면(奥灶麵)이 있다. 뽀얀 육수의 백탕과 쯔유 빛깔의 홍탕 2가지 맛이 있다. 백탕에는 삶은 오리 다리, 홍탕에는 넓적하게 튀긴 생선을 면에 넣어 같이 먹는다. 알코올 농도가 10도라고 해서 우습게 알고 홀짝홀짝 마셨던 쿤산 황주에 탈이 난 속을 달래기에는 백탕이 술국으로 안성맞춤이었다.

강미례 동아닷컴 기자 novemb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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