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합병株總 우군확보 청신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일 03시 00분


법원, 주총 금지 가처분신청 기각

삼성이 1일 엘리엇과의 첫 대결에서 승기를 잡음으로써 앞으로 국내 및 해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표 결집 과정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게 됐다. 재계에서는 이번 판결로 법적 근거를 확보한 삼성그룹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비롯해 남은 3세 승계작업에 힘을 얻게 됐다는 평이 나온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삼성물산 1주당 제일모직 0.35주라는 합병 비율에 대한 법원의 평가였다. 5월 합병 공식 발표 이후 지난달 4일 삼성물산 지분 7.12%를 취득 공시하며 수면 위로 등장한 엘리엇은 지난 한 달간 줄곧 합병 비율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해왔다. 삼성물산의 주가가 낮고 제일모직의 주가가 높을 때 합병 비율이 산정됐기 때문에 삼성물산의 자산가치가 주가에 제대로 반영이 안 됐다는 것이다. 1대 0.35가 아닌 1대 1.6으로 올려야 한다는 것이 엘리엇 측의 계산이다.

하지만 이날 재판부는 그동안 삼성물산이 주장해온 대로 “삼성물산이 제시한 합병 비율은 관련 법령에 따라 산정된 것이라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적당한 합병 시점을 찾기 위해 삼성물산의 주가가 최대한 올라오기를 기다렸지만 삼성물산이 중동 건설사업 등에서 손실이 많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며 “시간을 끌수록 합병 비율은 더 낮아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은 이번 판결로 합병에 대한 명분도 확보했다. 재판부가 판결문에서 “삼성물산 경영진이 삼성물산 및 그 주주의 이익과 관계없이 삼성그룹 총수 일가, 즉 제일모직 및 그 대주주의 이익만을 위하여 이 사건 합병을 추진한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고 명시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엘리엇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삼성 오너 일가의 지배권을 공고히 하고 3세 승계를 원활히 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정면 공격해왔다. 지난달 19일 열린 가처분신청 심문에서 엘리엇 측은 “이번 합병은 오너 일가의 승계작업만을 위한 것”이라며 “오너 일가가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4.1%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결과는 해외투자자들에게 큰 영향력을 가진 의결권 자문업체 ‘ISS’의 판단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ISS는 법원 판단이 나온 뒤 합병에 대한 찬성 및 반대 의견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ISS도 합병에 찬성하면 외국인 투자자의 상당수가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이 커진다. 최근 SK C&C와 ㈜SK의 합병안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힌 국민연금도 이번 법원 판단에 따라 반대표를 던질 명분이 약해졌다.

하지만 삼성은 여전히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는 모습이다. 삼성물산은 이날 합병의 정당성을 설명하는 홈페이지 ‘뉴삼성물산’(www.newsamsungcnt.com)을 열었다.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도 이날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수요사장단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주주들을 계속 설득하고 있다”며 국민연금과 관련해서는 “우리나라가 잘되고 주주가 잘되고 하기 위해 잘 판단해주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삼성#합병#엘리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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