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재산 모으기를 지원하기 위해 세금 혜택을 주는 금융상품이 적지 않다. 총급여 5000만 원 이하 또는 종합소득 3500만 원 이하인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재형저축에는 이자소득세를 물리지 않는다. 소득공제장기펀드 역시 총급여 5000만 원 이하의 근로자가 가입할 수 있는데 연 600만 원 한도로 납입금액의 40%(240만 원)를 소득공제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상품이 제각각 흩어져 있어 개인이 따로 가입해 관리하기 쉽지 않은 데다 가입 기준이 까다로워 혜택을 보는 사람이 한정돼 있다는 점이다. 한국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을 준비 중인 금융당국이 ISA의 가입대상에 제한을 두지 않고 납입금액만 3000만 원 한도로 묶으려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저소득층에서부터 저금리 기조로 재테크 고민에 빠진 중산층까지 되도록이면 많은 국민의 지갑을 불려주겠다는 취지다. 임종룡 금융위원장 역시 최근 간부회의에서 “ISA 도입을 계기로 금융상품 선택권이 확대될 것”이라며 “최대한 많은 사람이 가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ISA는 예·적금, 펀드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한곳에 담을 수 있는 일종의 ‘바구니’ 역할을 하는 계좌다. 일정 한도 내에서 투자금을 ISA에 넣어 펀드, 예·적금 등으로 다양하게 자금을 운용하다 수익이 나면 비과세 혜택을 챙길 수 있다. 한 계좌 안에서 펀드, 예·적금, 주가연계증권(ELS) 등 다양한 상품을 갈아타면서 수익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세제 혜택까지 고스란히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특정 상품이 아니라 한 계좌의 모든 상품에 대해 세금을 떼지 않는 ISA의 도입으로 투자가 활성화되고 중산층 및 저소득층과 퇴직자들의 재산 형성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가입 대상을 연소득 7000만∼8000만 원 이하로 제한하자는 주장이지만 금융위는 소득 제한을 둘 경우 간발의 차로 혜택을 보지 못하는 계층에서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7000만 원으로 제한이 정해졌을 때 7100만 원 소득자는 가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월급쟁이 직장인은 연소득 때문에 가입이 제한되는데 다량의 부동산을 보유한 은퇴자는 가입이 가능해 도리어 형평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단, 형평성 논란을 고려해 소득별로 세금 혜택에 차등을 두고 이자나 배당으로 얻은 소득이 2000만 원이 넘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는 제외한다는 방침이다.
해외에는 이미 ISA가 도입돼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사례들이 있다. 영국은 1999년 4월 ISA 제도를 도입해 만 16세 이상을 대상으로 연간 1만5000파운드(약 2600만 원) 비과세 혜택을 주고 있다. 일본 NISA는 20세 이상에게 연 100만 엔(약 900만 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제공한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1월 출시된 NISA가 뜨거운 인기를 모으자 18세 미만이 가입할 수 있는 어린이용 NISA도 2016년에 도입하기로 했다.
그동안의 세제 혜택이 주어지는 상품들이 저소득층에 집중돼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중산층들의 관심은 뜨겁다. 최용준 세무법인 다솔 세무사는 “기준금리가 워낙 낮다 보니 상대적으로 세테크에 관심들이 높은 상황”이라며 “다양한 곳에 분산투자를 하며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ISA에 대해서도 벌써부터 문의를 해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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