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상품의 가격이 100원에서 150원으로 올랐다고 할 때 인상률은 얼마일까? 인상률을 계산할 때는 원래 가격을 기준으로 퍼센트를 계산해야 한다. 왜냐하면 원래 가격보다 몇 퍼센트가 올랐는지가 관심의 대상이자 나타내려고 하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올바르게 계산하면 인상률은 50%(50/100)다. 그러나 이 50%의 인상률은 소비자들에게 가격이 너무 많이 올랐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이때 속임수를 쓰면 인상률을 낮출 수 있다. 퍼센트를 계산하는 기준만 살짝 바꾸면 된다. 즉 분모를 원래 가격(100원) 대신에 오른 가격(150원)으로 바꾸면 인상률은 33%(50/150)로 낮아진다. 이렇게 하면 실제로는 50%인 인상률을 33%로 낮춰 발표할 수 있다.
이런 속임수가 가능하겠느냐고 의심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현실에서 이런 사례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1991년 고속도로 통행료가 인상됐다. 서울에서 광주까지 6300원에서 8400원으로 올랐는데 정확한 인상률은 33%(2100/6300)였다. 그러나 뉴스에서 발표된 인상률은 25%로, 인상금액 2100원을 원래 가격 6300원 대신 오른 가격 8400원으로 나눈 값이었다. 통행료의 대폭 인상에 따른 여론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인상률을 낮게 발표한 것이다.
우리는 퍼센트(%)에 매우 익숙하지만 현실에서는 퍼센트를 제대로 이해하고 사용하지 못할 때가 많다. 특히 퍼센트의 기준이 되는 숫자를 바꾸면 퍼센트를 의도적으로 달라지게 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있다. 어떤 숫자를 작게 보이게 만들고 싶으면 큰 수를 기준으로 퍼센트를 구하고 반대로 그 숫자가 크다는 인상을 주려면 작은 수를 기준으로 퍼센트를 계산하는 식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는 연간 4만여 명이 교통사고로 죽거나 중증장애에 처한다. 이 숫자는 조치원 인구의 100% 수준이다. 따라서 자동차 운행을 법적으로 통제해야 한다’고 표현하면 자동차 운행을 엄격히 통제해야 한다는 측에서 활용하기 좋은 근거가 된다. 하지만 기준이 되는 숫자를 바꿔 ‘우리나라에서는 연간 4만여 명이 교통사고로 죽거나 중증장애에 처하는데 이는 전체 국민의 약 0.07%에 해당하는 것으로 자동차 운행을 법적으로 통제할 필요가 없다’고 표현하면 반대 측의 논거로 활용될 수 있다.
퍼센트끼리 더하는 것도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오류다. 퍼센트는 숫자의 상대적 크기를 비교하는 데 유용하지만 퍼센트 자체를 마음대로 더하면 안 된다. 다음의 예가 이를 잘 보여 준다.
―이번 토요일에 비가 올 확률은 50%이고 일요일에 비가 올 확률도 50%이므로 이번 주말에 비가 올 확률은 100%다.
―이 상품은 80% 할인 중입니다. 지난주에 40% 세일했는데 이번 주에 다시 40%를 더 할인했습니다.
토요일과 일요일에 비가 올 확률을 무작정 더해 100% 비가 온다고 해석하는 것은 잘못이다. 또 어떤 상품을 지난주에 40% 할인했는데 이번 주에 또다시 40%를 할인했다고 해서 80% 할인했다고 볼 수는 없다. 기준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100원짜리를 40% 할인하면 60원이 되고 60원에서 다시 40%를 할인하면 36원이 되므로 결과적으로는 100원짜리가 36원이 된 것이다. 따라서 총할인율은 64%라고 해야 한다.
퍼센트를 서로 비교할 때도 주의가 필요하다. 단순히 퍼센트 크기만 따져서 비교하면 안 되고 퍼센트를 계산한 기준의 크기가 비슷한지 알아봐야 한다. 어느 회사 사장이 “올해 우리 회사는 사원 봉급을 10% 올리고 사장 봉급도 동일하게 10% 올리기로 했다”고 했다면 사원이나 사장이나 봉급이 동일하게 올랐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하지만 기준의 크기가 다르다면 봉급 인상 액수는 격차가 클 것이다. 사원 월급은 100만 원이고 사장 월급이 1000만 원이라면 사원 월급을 10% 인상한 값은 10만 원이지만 사장 월급을 10% 인상한 값은 100만 원이므로 인상액은 무려 90만 원의 격차를 보일 수 있다.
또 A 월간지는 상류층 독자의 수가 B 월간지보다 33% 많다고 광고한다. 상류층에 속한 사람들이 A 월간지를 더 많이 읽는다는 인상을 주는 말이다. 어떻게 해서 33%라는 숫자가 나왔는지 살펴보니 A 월간지 독자 중 상류층에 속하는 사람은 40%이고 B 월간지의 상류층 독자는 30%이므로 그 차는 (40-30)/30=0.33, 즉 33%가 맞다. 하지만 예컨대 A 월간지 독자가 1만 명, B월간지 독자가 20만 명이라면 A 월간지의 상류층 독자 수는 4000명에 불과하지만 B 월간지의 상류층 독자 수는 6만 명이므로 훨씬 많은 상류층 독자들이 B 월간지를 읽는 셈이 된다. 퍼센트를 직접적으로 비교할 때 기준이 되는 숫자가 같지 않으면 마치 자장면과 자동차를 비교하는 것처럼 무의미하다.
퍼센트를 계산할 때 기준이 작으면 작은 증가도 큰 퍼센트 증가로 나타난다. 2만큼 증가했는데 기준이 1이라면(즉 1에서 3으로 변한 것이라면) 200%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기준이 1000이라면 (즉 1000에서 1002로 변한 것이라면) 단지 0.2% 증가한 것이다. 따라서 기준이 작으면 변화의 정도가 미미하더라도 퍼센트로는 인상적인 수치를 나타낼 수 있다. 실제 사례를 들어 보자. 미국에는 3000여 개의 대학이 있는데 거의 모든 대학이 남녀 공학이다. 20∼30년 전부터 남자 혹은 여자 대학이 성적 차별을 금지하는 추세에 따라 남녀 공학으로 바뀌고 있는데 특히 전통이 오래된 남자 대학에서 동창회를 중심으로 여성의 입학을 강하게 반대했다. 볼티모어에 있는 존스홉킨스대에서도 논란 끝에 여성의 입학을 허용했는데 그 다음 해 여성 입학을 반대하는 쪽에서 지난해 입학한 여학생의 33.3%가 교수와 연애를 했다며 남녀공학의 단점을 강조했다. 여학생의 33.3%가 교수와 연애했다면 대단한 뉴스 같지만 실제로는 처음 입학한 3명의 여학생 중 한 명이 교수와 결혼한 것에 불과했다.
이처럼 퍼센트는 일상생활에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되지만 자칫 오해를 부르거나 잘못된 판단을 낳을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퍼센트를 대할 때는 먼저 무엇에 대한 퍼센트인지, 기준이 제대로 적용된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기준이 다르거나 의도적으로 바꾸면 퍼센트를 과장해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 이상의 퍼센트를 비교할 때는 그 퍼센트가 비슷한 크기의 기준에서 나왔을 때만 의미가 있다. 기준이 다른 퍼센트의 비교는 결과의 왜곡을 가져온다. 이런 사항들에 주의한다면 일상생활에서 자주 마주하는 퍼센트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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