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이 아직 가닥을 잡지 못한 상태에서 김 대표의 중재 역할이 벽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청와대와 친박(친박근혜)계, 그리고 유 원내대표 ‘3자’를 오가며 갈등 봉합에 안간힘을 썼다. 서로를 자극하지 않는 ‘솔로몬의 해법’을 찾기 위해 줄타기를 해야 했다. 하지만 결국 유 원내대표가 결자해지(結者解之)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김 대표는 최근 친박계가 유 원내대표의 사퇴 시한을 본회의가 예정된 6일로 몰아가는 상황에 대해 불만을 나타냈다고 한다. 유 원내대표가 시한에 즈음해 물러나지 않을 경우 친박계가 집단행동을 불사하겠다는 데 대해 김 대표는 주변에 “촌놈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지적했다는 것이다. 대신 김 대표는 유 원내대표가 ‘현명한 선택’을 할 기회를 마련해 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김태호 최고위원처럼 돌출발언으로 유 원내대표를 자극할 경우 ‘될 일도 안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무작정 시간을 끌 수도 없는 일이다. 6일이 지나가면 여권 내 파열음은 커질 수밖에 없고 자칫 여권의 공멸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도 “(조기에 결론이 나지 않으면) 불행해지는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고 한다. 여권 내부의 분란이 커질 경우 여당 대표인 자신의 정치력까지 흔들릴 수 있어서다.
당내 일각에선 김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만나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현실을 모르는 답답한 소리”라는 지적이 만만찮다. 청와대는 당의 자체 해결을 바라고 있어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회동 가능성은 0%에 가깝다. 김 대표도 1일 비공개 최고위원·중진의원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박 대통령에게 직접 대화하고 싶다는 뜻을 전달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답하지 않겠다”고만 했다. 사실상 박 대통령과 직접 대화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뜻이다.
김 대표는 3일 국회 운영위원회 직전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을 잠깐 만났다.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비밀’에 부쳤지만 어떤 형태로든 유 원내대표 거취 논란에 대한 해법을 조율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침묵을 지키는 박 대통령의 의중도 전달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김 대표의 결단만으로 이번 사태가 풀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 원내대표가 해법의 열쇠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당 안팎에선 정작 두 사람의 생각도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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