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태호 최고위원은 국회의원 보좌관,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연구위원, 경남도의원, 거창군수, 경남도지사를 지낸 2선 국회의원이다. 한때 이명박 전 대통령의 후계자로까지 거론됐다. 대권수업 차 48세의 나이에 국무총리 후보자로 발탁됐다가 낙마했다. 김 의원처럼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과정을 밟아 높은 자리에 오른 정치인도 드물다. 그만큼 자생력과 정치적 감각이 탁월하다는 얘기다. 수려한 용모, 능란한 언변, 뚜렷한 소신, 친화력이 그의 정치적 자산이다.
▷언제부터인지 김태호 의원이 달라졌다. 압권은 작년 10월 느닷없는 최고위원직 사퇴 선언이다. 그는 사퇴의 변에서 경제활성화법이 처리되지 않고 있는 것과 개헌 논란을 거론하면서 “국회가 밥만 축내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누구도 공감하지 않았다. ‘뜬금없는 돌출 행동’이란 핀잔만 들었다. 그는 12일 만에 슬그머니 복귀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많이 가슴 아파하실 것”이라는 그의 말은 묘한 여운을 남겼다.
▷올해 4·29 재·보선 다음 날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의원은 선거를 압승으로 이끈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덥석 업어줬다. 좀 튀는 퍼포먼스였지만 감사와 존경을 담은 ‘애교’였기에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그랬던 그가 이달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형 사고’를 쳤다. 김 대표의 만류에도 그가 재차 삼차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를 주장하자 김 대표가 퇴장하는 바람에 회의가 난장판으로 치달았다. 당의 얼굴에도 생채기가 났다.
▷김 의원은 친박계로 분류되지 않는다. 한때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항마였다. 하지만 지금은 친박계보다 ‘더 친박스러운’ 언행을 보이고 있다. 스스로 옳다고 여기는 일을 위해서는 거침없이 내달리는 기질 때문일까, 아니면 자수성가형 정치인 특유의 생존과 성취를 위한 몸부림일까. 이유가 뭐든 집권 여당의 최고위원이 대표비서실장한테 “저 개××”라는 욕을 들은 것은 보기 민망하다. 그가 친박의 선두에 서서 유승민을 공격하는 속뜻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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