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교대 교육부, 美교사 첫 배출…‘글로벌 교육자’ 키우는 대학, 어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6일 14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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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간지 세인트클라우드타임즈가 2012년 4월 3일자로 보도한 경인교대 학생의 현지민 대상 한국어 수업 기사.
경인교대제공
미국 일간지 세인트클라우드타임즈가 2012년 4월 3일자로 보도한 경인교대 학생의 현지민 대상 한국어 수업 기사. 경인교대제공

“어떤 이는 무료라서 듣고, 어떤 사람들은 언어 배우기를 좋아해 수강하기도 한다. 또 다른 시민들은 보육을 겸해 강의에 참석하고 있다.”

미국 일간지 ‘세인트클라우드타임스’가 보도한 2012년 4월 3일자 특집기사의 첫 대목이다. 내용은 경인교육대의 교환학생들이 미국 미네소타 주 세인트클라우드 시의 주민을 대상으로 연 한국어 강좌. 세인트클라우드주립대 교육동에서 진행한 이 강좌를 지켜본 미국 기자가 한국인 교수와 학생들의 열성적인 모습과 이에 호응하는 현지민의 생생한 이야기를 2개면에 걸쳐 상세히 보도했다. 기사에 등장하는 제이콥 콥시는 아내, 아들과 함께 이 강좌를 듣고 있는데, “한 가족이 뭔가 배울 수 있는 멋진 기회”라며 찬사를 보냈다.

●글로벌 교육자를 키워라

경인교대는 2008년부터 세인트클라우드주립대와 학생 교환수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경인교대 협력대학인 세인트클라우드주립대는 미 중서부지역의 교육 분야 최고 명문대로 꼽힌다.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난 글로벌 교육자를 키워보자’라는 취지에서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4주간의 단기교육에서 시작해 지금은 1년간의 장기교육과정까지 있다. 처음에는 2, 3학년생 10명 안팎이 참가했지만 학생수가 점점 늘어나며 괄목한 만한 성과를 얻고 있다.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들은 글로벌 교육자로서의 자신감을 갖고 돌아온다. 장기 교육생은 매년 5명 이상이며, 여름과 겨울방학을 이용하는 단기 교육생은 30~40명에 이른다. 세인트클라우드주립대 학생들도 찾아오기로 했으나 아직 실행에는 옮기지 못하고 있다.

장기 교육생은 2011년부터 한국어 강좌인 ‘코리안 클래스’를 개설했다. 매주 금요일 오후 5시부터 2시간 동안 한글과 한국 문화, 한국 역사를 소개한다. 주말과 휴일에는 각종 복지센터의 다양한 봉사활동에도 참여한다. ‘커뮤니티 서비스’ 형태의 사회공헌 프로그램들이다. 교환 학생들은 세인트클라우드 시내 초등학교에서 교생실습을 한다. 영어로 미국 정규수업을 진행하면서 간간이 한국 소개도 해주고 있어 ‘경인교대 예비 선생님’들의 인기는 최고다.

실무 중심의 교육을 하다보니 글로벌 교육자로서의 현장감을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는 게 큰 장점이다. 경인교대 교환 학생들의 영어수업은 이제 원어민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이런 실력은 지난해 영어경시대회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교육부 지원으로 ‘글로벌 교원양성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는 경인교대, 경북대, 제주대, 한국교원대 등 4개 대학이 주최한 제1회 영어수업시연대회(I am a Global Teacher:ICT)에서 경인교대 팀은 최우수상을 받았다. 창의적인 수업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영어 수업 능력을 선보이는 대회인데 참가 8개 팀 중 GI팀이 최우수상을, Melting Pot팀이 우수상을 받는 등 경인교대 2개 팀이 최고 역량을 발휘했다.

서경희 세인트클라우드주립대교수(가운데 서 있는 사람)가 GTU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그는 1997년 미국 미네소타주 제1호 교사자격증을 취득한 
뒤 대학 교수로 자리잡은 입지전적의 인물이다. 경인교대 제공
서경희 세인트클라우드주립대교수(가운데 서 있는 사람)가 GTU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그는 1997년 미국 미네소타주 제1호 교사자격증을 취득한 뒤 대학 교수로 자리잡은 입지전적의 인물이다. 경인교대 제공

● 교육 국제화 ‘스타트업’

경인교대와 세인트클라우드주립대의 ‘글로벌 교육 실험’은 1997년 미네소타 주에서 외국인 1호 교사자격증을 취득한 한국인 교수의 열정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 서경희 세인트클라우드주립대 교수(48)가 주인공. 한국에서 중학교 기간제 교사로 지내다 1996년 가을 미국으로 건너가 어렵사리 교사자격증을 취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두 대학의 파트너십을 성사시킨 데 이어 더 높은 협력을 이끌어 내고 있다.

미국에서는 아직도 외국인에게 교사 자격증을 쉽게 내주지 않는다. 교사가 되기 위해 필수적으로 이수해야할 140학점을 모두 이수해도 자격증 취득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다고 한다. 미국은 학교장이 교사 임용권을 갖고 있어 교사 자격증은 물론이고 다양한 활동과 이력을 ‘어필’하는 게 교사 임용의 관건이다.

서 교수는 초창기, 지체장애아를 위한 특수교육의 틈새를 파고들었다. 중학교 영어교사 출신이었지만 특수교육을 전공으로 선택해 학습 및 정서장애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사 경력을 쌓은 뒤에야 정규 교사로 임명됐다.

그는 교사에 만족하지 않고 2004년부터 학교 코디네이터(조교) 역할로 장학금을 받으면서 박사과정을 밟았다. 박사학위 취득 후 현장경험을 인정받아 결국 세인트클라우드주립대 교수로 자리 잡았다.

서 교수 주선으로 두 대학의 교환프로그램이 궤도에 오른 후 글로벌 인재육성사업도 실행단계에 들어갔다. 이재희 경인교대 총장은 “학생교환을 통해 한국과 미국 대학의 실질적인 교류와 실무적 토대가 마련됐다. 이 때문에 경인교대가 2012년 국내 최초로 정부 지원의 글로벌교원양성사업(GTU·Global Teacher‘s University)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사업은 국제적인 교육환경 변화를 선도할 우수 교원을 양성하면서 국내 교원의 해외진출을 위한 디딤돌을 마련하기 위한 것. 경인교대에 이어 2013년 경북대 한국교원대 제주대가 이 사업에 합류했다. 선진국만이 아니라 태국 몽골 등 개발도상국에도 교원을 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경인교대 2, 3학년 학생 30명정도가 매년 세인트클라우드주립대 주변 초등학교에서 20일간 교생실습을 한다. 미국 교생실습에 나선 학생들이 
한복을 입고 교생실습을 하고있다. 경인교대 제공
경인교대 2, 3학년 학생 30명정도가 매년 세인트클라우드주립대 주변 초등학교에서 20일간 교생실습을 한다. 미국 교생실습에 나선 학생들이 한복을 입고 교생실습을 하고있다. 경인교대 제공

● 미국 교사 첫 배출

“국내에서 18개월가량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다 교육부에서 처음 시행한 국제 교사자격증 프로그램에 참가했어요. 미국 교육현장에 적응도 잘해 장학생으로 박사과정에 입학하게 됐습니다.”

경인교대의 글로벌교원양성사업에 선발된 김예지 씨(28·여)는 9월부터 미국 조지아대 장학생으로 박사과정을 밟게 된다. 그는 특수교육학과를 졸업한 뒤 2012년 9월부터 경인교대 GTU 프로그램(석사과정)에 들어갔다. 경인교대에서 1년간 배운 뒤 2년간 세인트클라우드주립대에서 수학했다.

이 프로그램은 한국에서도 모두 영어로 진행한다. 세인트클라우드주립대는 매년 2, 3명의 교수를 경인교대에 파견해 GTU 수강생에게 1년 동안 강의를 하고 있다. 이어 세인트클라우드주립대로 진학하게 되면 수강생이 원하는 전공과목을 곧바로 들을 수 있다. 경인교대는 “미국 측에서 요구하는 토플 최소점수(79점)를 얻기만 하면 불필요한 교양과목을 듣지 않고도 실무에 필요한 전공과목을 선택해 바로 수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GTU 수강생은 세인트클라우드주립대 수업료도 미국 현지인과 똑같은 수준으로 내고 있다. 두 대학의 협약에 따라 GTU 선발 학생들은 장학생이기 때문에 미국 영주권자나 시민권자가 내는 연간 7000달러 정도의 수업료만 내면 된다. 한국 유학생에게 이런 대우를 해주는 대학은 미국 내 2만여 개 중 세인트클라우드주립대 등 12개 대학에 불과하다고 한다. 김 씨는 “수업료 특전도 좋았지만 미국에서 수강한 과목 중 30%가량이 실무 중심이어서 현장감각을 체득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그는 이제 조지아주립대에서 조교로 지내면서 박사과정도 밟을 예정이다. 그는 박사학위를 딴 이후 미국에서 특수교육학과 교수나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다.

GTU 1기생으로 선발된 17명 가운데 석사학위를 마칠 학생들은 김 씨를 포함해 9명. 이중 최모 씨는 올가을 미네소타 주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 정식 교사로 채용될 예정이다. 교육부 지원으로 GTU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국내 4개 대학의 최종 목표인 ’글로벌 교사‘의 첫 성공사례다.
한국에서는 교대나 사범대를 졸업했더라도 교사 임용률이 아주 낮아 취업에 어려움이 많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 지원을 받아 해외에 진출하기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2012년부터 경인교대를 시작으로 여러 대학이 본격화했다. 전국 교사 임용률이 매년 교대 50~60%, 사범대 5% 안팎인 점에 비춰보면 해외진출은 졸업생들에게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

최 씨는 석사과정을 다니는 동안 세인트클라우드주립대에서 영어 강사로 일하면서 미국 초등학교 교원 자격증과 ESL(영어를 제2 외국어로 삼고자 하는 학생들을 위한 영어교육 과정) 교원 자격증도 취득했다.

경인교대 GTU 1, 2기생 중 석사과정을 제대로 밟고 있는 14명 중에서 김 씨와 같이 박사과정을 선택한 학생은 3명이다. 11명은 모두 미국 정식교육 자격증 1~3개를 확보한 예비교사다. 서경희 교수는 “미국에선 교사 자격증을 얻기가 매우 힘들다. 자격증만 있으면 취직하기가 비교적 쉽기 때문에 GTU 과정 이수자의 전망이 밝다”고 설명했다.

인천=박희제 기자(동아일보 대학세상 www.daese.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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