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이 극한 대립을 피하고 대화로 문제를 풀어냈다. 이번을 계기로 한일이 선순환적 관계 발전을 도모해갈 수 있기 바란다.”
5일 밤 일본 근대산업시설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결정 직후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우리의 전방위적 외교 노력이 이뤄낸 값진 성과”라며 이같이 말했다. 하지만 하루도 안 돼 한일 양국은 결정문 해석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갈등 양상을 빚고 있다.
‘선순환’은 윤 장관이 최근 즐겨 쓰는 단어다. 한일 양국이 △외교장관회담(3월·서울) △외교장관회담(6월·도쿄) △정상의 수교 50주년 행사 교차 참석(6월) 등 최악의 관계 속에서도 접촉을 이어온 만큼 관계 회복의 동력을 살려가자고 당부하는 표현이기도 했다.
하지만 등재 직후 불거진 양국의 격앙된 반응은 이런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한국 누리꾼들은 ‘왜 강제징용 시설의 등재를 방관했나’라는 반발을, 일본 누리꾼들은 ‘한국이 또 일본의 발목을 잡았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양국 전문가들은 한일관계 개선 여부가 8월 초중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발표할 전후 70주년 담화(아베 담화)의 내용에 달려 있다고 지적한다.
외교부 관계자는 “식민지 지배, 침략, 반성, 사죄 등 핵심 표현이 들어갈지 주목하고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뭐라고 예단하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일본은 ‘아베 담화’가 아닌 ‘아베의 담화’로 이름이 바뀌면 총리가 아닌 개인 차원의 발표문이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일본말 ‘の(의)’ 한 글자를 넣었다고 담화의 격이 바뀐다는 주장이다. 발표 시점도 8월 15일보다 빠를 것으로 예상돼 한국의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7월 중순경 발간 예정인 일본 방위백서에 독도 영유권 주장이 되풀이되면 한일관계는 윤 장관의 기대와 달리 선순환보다 악순환으로 흐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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