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오늘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 여부를 결정하는 의원총회를 연다. 현재로선 유 원내대표의 사퇴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사퇴 이후다. 유 원내대표가 자리를 떠난다고 해도 현재 새누리당과 청와대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불통과 불신의 벽이 얼마나 해소될지 의문이다. 국회법 개정안 사태는 유 원내대표의 독단적 스타일에도 원인이 있지만 50일 이상 계속되고 있는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공석(空席) 문제에서 나타나듯 청와대의 정무기능 상실과 소통 부족에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선출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독대해 현안을 논의한 것은 박 대통령의 중남미 순방 직전에 이완구 당시 총리와 관련해서 단 한 번뿐이었다.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박 대통령과 친박(친박근혜) 국회의원들은 ‘당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적극 뒷받침하며, 그 결과에 대해 대통령과 함께 책임을 진다’는 당헌 8조 1항을 금과옥조처럼 내세운다. 앞으로 박 대통령의 정치적 입김이 내년 총선 공천을 비롯한 당 운영에서 더 강해질 경우 친박과 비박(비박근혜) 간 갈등이 심화할 수 있다. ‘불통 청와대’의 부정적 이미지를 벗기 위해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이병기 실장으로 바꾼 뒤에도 불통 논란이 이어지는 이유는 박 대통령 특유의 통치 방식과 무관치 않다.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이뤄지고 나서 광주 유니버시아드대회 개막식에 참석한 박 대통령은 함께 자리한 김무성 대표에게 등을 돌리고 정의화 국회의장의 “시간 좀 내 달라”는 부탁도 애써 외면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금 국회에는 박 대통령이 처리를 간절히 원하는 경제 살리기 법안들이 잠자고 있다. 일차적으로 경제가 살아나야 박 대통령이 원하는 정치를 펼 수 있다. 꽉 막힌 정국을 풀기 위해서는 당청의 원활한 대화가 필수적이다. 여당을 대통령 지시에 따르는 당쯤으로 생각하고, 여당 대표를 대통령 자신이 긴급히 필요할 때만 찾는 정치인 정도로 여긴다면 이번과 같은 갈등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의 경직된 정치가 스스로 리더십을 훼손하고 있다. 다음 달이면 대통령 임기의 절반을 보내게 된다. 여야 정치권과 함께 문제를 풀어나가겠다는 열린 자세로 임기의 반환점을 맞아야 한다. 정치의 복원이야말로 유 원내대표 사퇴 이후 박 대통령에게 주어진 최대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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