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자 울리는 대포통장 사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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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군 복무를 마치고 직장을 찾던 A 씨(20)는 인터넷 아르바이트 정보 사이트에서 한 건설회사의 전기설비 공사 보조 일을 찾았다. 채용 소식에 기뻐하고 있던 A 씨에게 건설회사 과장이라는 사람이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중간부터 일을 해도 한 달 치 월급이 지급돼 회사가 손해를 볼 수 있으니 통장을 한 달만 맡아 관리하겠다”고 했다. 일자리를 구했다는 기쁨에 A 씨는 과장이 요구한 통장과 카드, 비밀번호 등을 모두 넘겼다. 하지만 다음 날부터 과장은 연락이 되지 않았다. 일자리도 거짓이었다. 그로부터 2주 뒤 경찰로부터 ‘통장 양도 행위’와 관련해 조사를 받으라는 통보가 왔다. 자신이 넘긴 통장이 대포통장으로 사용된 것이다.

취업 알선이나 급여 지급을 미끼로 통장과 비밀번호를 요구한 뒤 이를 낚아채는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통장 편취 사기 피해를 입었다는 신고가 접수된 1070건 중 649건(60.6%)이 인터넷 구직 사이트 등에서 취업광고를 빙자해 통장을 가로챈 사기인 것으로 집계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들은 일자리 중개 수수료를 받기 위해 필요하다거나 첫 달 월급을 주기 위해 계좌 정보를 알고 있어야 한다며 구직자로부터 통장과 비밀번호 등 관련 정보를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대포통장으로 쓰인다는 사실을 모른 채 통장 명의를 빌려줬더라도 형사 처벌을 비롯해 여러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대포통장을 거래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고, 1년간 예금계좌 개설을 하지 못하는 등 금융 거래에도 제한을 받는다. 금감원 관계자는 “계좌번호 외에 비밀번호나 보안카드, 공인인증서 등을 요구할 경우 사기일 가능성이 높다”며 “절대로 관련 정보를 넘겨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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