劉 “챙겨갈 것도 없네, 담배 한 갑밖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0일 03시 00분


[유승민 사퇴 이후]당직자들과 인사… 본회의엔 불참
측근들에 “총선서 살아남아라”… 與 차기 원내대표 14일 추대키로

“뭐 챙겨갈 것도 없네. 서랍에 담배 한 갑 들어 있고….”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9일 오전 텅 빈 국회 원내대표실 안을 바라보며 이같이 독백했다. 씁쓸한 표정이 묻어났다. 유 전 원내대표는 향후 행보를 묻는 질문에 “국방위원회 회의에 원래 100% 출석했는데 요새 못 갔다”며 “지역구 관리도 해야 하고 의원회관에도 있고 왔다갔다 하겠다”고만 말했다. 이어 그는 환하게 웃으며 자신을 보좌했던 당 사무처 당직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뒤 떠났다. 오후 본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본회의장 맨 뒤에 있는 원내대표석에 앉아 있기가 불편했을 것이다.

유 전 원내대표는 8일 사퇴 직후엔 서울의 한 설렁탕집에서 식사를 한 뒤 저녁엔 경기 김포시의 한 고깃집으로 옮겨 원내부대표단과 5시간 동안 통음을 했다. 홍철호 원내부대표 지역구에 있는 식당으로 야외에서 생맥주를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폭탄주는 돌리지 않았다. 이 자리엔 김세연 김희국 민현주 이종훈 의원 등 원내부대표단 10여 명이 참석했다고 한다. 유일하게 이에리사 의원만 대전 중구 당협위원장 경선 때문에 불참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나 때문에 마음고생이 많았을 텐데 미안하고 또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또 “내년 총선에서 다들 살아남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처음엔 유 전 원내대표의 대학 시절 하숙생활 에피소드 같은 가벼운 대화가 오갔지만 차츰 분위기가 무거워졌다고 한다. 일부 참석자는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오후 11시 20분경에야 서울 개포동 자택 앞에 도착한 유 전 원내대표는 “(술을) 좀 했다”며 불그스레한 얼굴로 집에 들어섰다. 안경을 벗은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새누리당은 원내대표 경선관리위원회(위원장 서상기 의원)를 발족하고 14일 차기 원내대표를 선출하기로 했다.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선 표 대결이 아닌 ‘수도권, 계파색이 옅은 인물’을 합의 추대하는 방식에 공감대를 이뤘다. 친박(친박근혜)계에선 원유철 정책위의장을 추대하자고 의견을 냈지만 김무성 대표는 “최고위에서 구체적인 인물을 정해선 안 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김 대표 등 당 지도부는 주말 동안 후보자에 대한 의견 수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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