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전·현직 당직자와 당원 등 100여 명이 그제 탈당한 것은 ‘작은 반란’으로 보일지 몰라도 파란을 예고한다. 야권의 신당 창당론이 ‘말의 성찬’을 넘어 행동으로 이어질 수도 있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새정치연합이 친노(친노무현) 기득권 세력에 휘둘리는 당이 됐다”면서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전국 정당을 만들겠다”고 명분을 내세웠다.
그들이 말하지 않은 사실이 있다면 호남민심 이반일 것이다. 새정치연합에 문재인 대표 체제가 들어선 이후 호남 홀대와 ‘싸가지 없는’ 친노 패권주의가 당 인사와 공천으로까지 확산됐고, 4·29 재·보선 패배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런 추세라면 내년 총선에서도 호남 출신과 비노(비노무현)계 인사들이 배제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새정치연합을 탈당한 무소속 천정배 의원을 비롯해 새정치연합의 김한길 박주선 김동철 의원과 정대철 상임고문, 정균환 전 최고위원, 박준영 전 전남도지사 등이 여러 갈래의 신당 창당론에 군불을 때는 사람들이다.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해도 문 대표가 계파 갈등 청산은커녕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해 빌미를 제공한 점을 부인할 순 없을 것이다.
정당이 지역이나 인물, 또는 오로지 선거 승리를 목적으로 헤쳐모여를 반복하는 것을 바람직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3김(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시대와 함께 끝난 줄 알았던 구태가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것도 민주주의 지체(遲滯) 현상이다. 이런 낡은 정당 문화에서 벗어나려면 신당을 만들더라도 분명한 비전과 가치부터 세워야 하고, 이를 중심으로 사람을 모아야 한다. 단순히 호남이 홀대받아서, 친노가 싫어서, 자신의 정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탈출구로 신당을 만든다면 또 다른 지역 정당의 전철을 밟다가 한철 선거 뒤 소멸될 것이 뻔하다. 한때 집권한 경험이 있는 ‘늙은 민주개혁 세력’이 다시 한 번 영화를 누릴 작정으로 야당을 깨고 나가는 식이라면 국민의 공감도 얻기 어려울 것이다.
올 4월 국가미래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17년에는 ‘새정치연합으로 정권이 교체되는 것이 좋다’는 응답(47.1%)이 새누리당 재집권(31.6%)보다 월등히 높다. 지금은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이 20%대에 불과하지만 ‘싹수 있는’ 야당이 등장한다면 지지하겠다는 민심을 보여준다. 야권을 지지하지만 새정치연합의 행태와 좌편향적 이념에 절망한 중도개혁 성향의 사람, 여권 지지자였다가 박근혜 대통령의 독선적 행태와 새누리당의 무능력한 국정 운영에 실망한 사람들이 그들일 수 있다. 합리적 노선과 인물이 뒷받침되는 야권 신당이라면 의외의 폭발력으로 정계 개편을 추동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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