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위기]19개국 머리 맞대고 해법 논의
추가 긴축-연금개혁 등 담겨… 치프라스 “합의할 준비 돼 있다”
재무장관 회의선 견해차 못좁혀
그리스가 제출한 개혁안을 둘러싸고 유럽이 분열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타결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12일 그리스 구제금융 개혁안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었던 EU 정상회의를 취소하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정상들만 모여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투스크 의장은 오후 4시(한국 시간 오후 11시) 유로존 정상회의 시작에 앞서 트위터 메시지를 통해 “유로존 정상회의를 결론이 날 때까지 계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유로존 정상회의에 앞서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이 그리스가 수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마련한 개혁안 합의문 초안이 언론에 유출돼 협상 타결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졌다. 로이터통신은 12일 자체 입수한 초안을 공개하면서 채권단은 그리스에 추가 긴축을 요구했고 유클리드 차칼로토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이를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초안에 따르면 그리스와 채권단은 기초재정수지(국채 이자 제외한 재정수지)를 2018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3.5% 수준으로 달성하기로 합의했다. 채권단은 또 이 초안에서 과감한 연금 개혁과 국유자산 민영화 강화, 소비세 인상, 노동시장 유연화 등을 주문했다.
EU의 한 관계자는 AP통신에 “오늘 유로존 정상회의에서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이탈)는 논의되지 않을 것”이라며 “그리스 구제금융에 대한 ‘플랜A’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그리스가 15일까지 국회에서 개혁법안을 추가로 통과시키면 유로그룹이 3차 구제금융 협상 개시를 중재하는 시나리오가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유로존 정상회의 직전 기자회견에서 “합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유럽이 분열되기를 바라지 않는 모든 사람에게 빚을 지고 있다”며 “협상의 모든 당사자가 이를 원한다면 오늘 밤 합의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전날 심야까지 9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를 했으나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당초 그리스가 9일 제출했던 개혁안에 대해 EU 집행위원회,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등 채권단의 전문가들은 “구제금융 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11, 12일 열린 유로그룹 회의에서는 독일과 북유럽, 프랑스와 남유럽 국가 등 두 쪽으로 분열돼 그리스 해법을 놓고 격돌했다.
특히 독일과 핀란드 등 일부 채권 국가는 “그리스 정부 개혁안이 너무 미흡하고, 너무 늦었다”며 ‘그렉시트’마저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이날 독일이 ‘그리스에 최소 5년 동안 한시적으로 유로존에서 탈퇴하고 채무를 재조정하는 해법을 제안했다’는 재무부 보고서가 언론에 유출되자 큰 파문이 일었다. 이 문서는 그리스에 500억 유로(약 62조8000억 원) 규모의 국유 자산을 팔아서 빚을 줄이는 방안과 채무 경감을 하려면 최소 5년간 유로존에서 탈퇴하는 방안 중 택일하라는 내용이다.
반면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그리스의 새로운 제안은 진지하고 신뢰할 만한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프랑스는 그리스의 개혁안 작성을 지원하기 위한 ‘구원투수팀’을 보내는 등 유로존에 남기려고 총력을 기울인 데 대해 독일은 날카롭게 반응했다.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뒤늦게 프랑스 재무부의 그리스 지원 사실을 접하고 엘리제궁에 ‘분노의 전화’를 했다고 보도했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독일의 그리스에 대한 창피 주기는 이제 충분하다”며 “유로존 정상회의에서 독일에 그리스와의 협상을 타결해 위기를 끝내자고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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