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과 3차 구제금융 협상 타결… 15일 개혁입법 마쳐야 자금 지원
투표案보다 가혹… “재정주권 포기”
벼랑 끝에 몰린 그리스가 ‘3차 구제금융’을 지원받기 위해 채권단의 거의 모든 긴축 요구를 받아들이며 사실상 ‘백기 투항’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정상들은 13일 오전 9시(현지 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그리스가 추가 개혁안을 이행하는 조건으로 유럽재정안정화기구(ESM)와 구제금융 협상을 개시하는 방안에 만장일치로 합의했다. 전날 오후 4시부터 시작해 장장 17시간에 이르는 밤샘 마라톤 회의 끝에 ‘그리스 살리기’로 뜻을 모은 것이다. 이로써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뜻하는 ‘그렉시트(Grexit)’ 위기는 일단 모면했다.
국민투표(이달 5일)를 강행하며 채권단에 맞섰던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독일의 ‘한시적 그렉시트’ 압박에 결국 국민투표에 부친 긴축 요구안보다 더 가혹해진 채권단의 긴축 요구를 받아들였다. 치프라스 총리는 ‘금지선’으로 설정한 연금과 부가가치세 조정, 노동관계, 민영화, 국방비 예산 삭감 등에서 굴복에 가까운 타협을 했다. 일각에서는 ‘재정 주권을 포기한 결정’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또 500억 유로 규모의 국유재산으로 독립 펀드를 설립해 부채를 상환하라는 독일의 요구도 받아들였다. ESM은 그리스가 강도 높은 개혁안을 수용한다는 조건으로 3년간 최대 860억 유로(약 108조 원)를 지원할 방침이다. 유로존 정상들은 ESM 협상을 마무리할 때까지 필요한 유동성을 지원하는 ‘브리지론’으로 120억 유로를 별도 제공하기로 했다. 그리스가 자금을 지원받기 위해서는 15일까지 채권단이 요구한 7개 분야의 개혁 법안에 대한 입법 절차를 마쳐야 한다. 그리스가 요구한 채무 탕감(헤어컷)은 거부됐지만 채권단은 상환 기간 유예와 만기 연장 등 채무 경감(debt relief) 원칙에는 합의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