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경제제재 해제 효과는
금수조치 풀려 석유수출 2배로… 외국기업 투자 1000억달러 이를듯
블룸버그 “빅 프런티어시장 문열려”
‘핵을 버리고 빵을 얻다.’
경제 제재로 피폐해져 가던 이란이 36년 만에 국제사회로 복귀한다. 이란의 복귀는 침체에 빠진 지구촌 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4일 이란 경제는 향후 수년간 매년 7∼8%의 성장이 기대되며 그동안의 제재로 해외에 묶여 있는 것으로 알려진 1000억 달러(약 114조 원)의 자산도 되찾게 된다.
당장 석유 수출량이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란의 원유 수출량은 2010년 하루 평균 258만 배럴로 세계 3위였지만 2013년에는 122만 배럴(세계 12위)로 절반이나 줄었다. 미국이 2012년 이란 원유 수입을 중단하는 등 서방의 제재가 강화됐기 때문이다. 원유 수출이 금지되자 이란의 외환보유액은 2011년 841억 달러에서 2014년엔 635억 달러로 줄었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11년 2.6%에서 2012년 ―5.4%, 2013년 ―3.0%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물가는 급속하게 치솟아 2010년 10.1%던 물가상승률이 2014년에는 40%에 달했다.
이번 협상 타결로 이란의 원유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국제 원유 가격은 11일 이후 사흘 연속 떨어졌다. 14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51달러대인데, 앞으로 10달러 정도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방 기업의 ‘골드러시’도 원유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다. 서방의 유전과 가스전 개발 투자를 받기 위해 이란이 관련 계약 조건을 수정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외국 기업의 에너지 관련 투자 규모가 1000억 달러(약 114조 원)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이란은 천연자원이 풍부해 지금까지 ‘가난할 이유가 없는데 가난한 나라’로 불렸다. 원유 매장량이 1546억 배럴로 세계 4위 수준인데 아직 탐사가 이뤄지지 않은 곳이 많아 매장량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천연가스 매장량도 33조6100만 m³로 세계 2위다. 이란뿐만 아니라 다국적 에너지 기업들이 이란의 경제 제재가 풀리기를 고대해 온 이유다. 엑손 등은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이란 금수 조치 법안을 철회해 줄 것을 미국 정부에 요청하곤 했다.
약 8000만 명인 이란 인구는 중동에서 최대 규모다. 이라크 3200만 명, 사우디아리비아 2700만 명과 비교해 절대적으로 많다. 게다가 30대 이하의 젊은층이 전체 인구의 70%나 차지하고 있어 시장으로서 더 매력적이다. 1979년 혁명 이전까지는 서구 문화를 받아들여 중산층을 형성해 봤던 나라라는 점도 내수 시장 성장에 대한 외국 기업들의 기대를 높이고 있다. 다른 중동 국가에 비하면 정치가 안정된 편이어서 급변 사태나 테러 위험이 아주 낮은 것도 경제 활동에는 장점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핵 협상 타결로 마지막 ‘빅 프런티어 시장’의 문이 열릴 것”이라고 14일 보도했다. 벌써 증시가 개방될 것이라는 기대까지 나오고 있다. 르네상스캐피털은 보고서를 통해 “이르면 2016년 초 이란 증시가 해외 투자자에게 개방될 수 있다”며 “개방 첫해 10억 달러(약 1조1400억 원)의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서방의 제재 기간에 이란의 최정예 부대인 혁명수비대가 경제를 장악한 것은 넘어야 할 산으로 꼽힌다. 혁명수비대는 에너지 개발은 물론이고 병원과 스포츠카 수입까지 모든 분야에 손을 뻗쳤다. 혁명수비대와 결탁한 사업가들은 러시아 신흥 재벌에 빗대 ‘이란판 올리가르히’로 불릴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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