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데탕트에 견줄만한 외교적 성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5일 03시 00분


외신들 “이란 핵무장 저지 최선책”… 이스라엘 “서방의 항복” 강력 반발

“이번 협상으로 당장 미국과 이란이 친구가 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두 나라가 적이 아니란 것만으로도 세계는 더 안전해질 것이다.”(미국 CNN) “닉슨 시절 미중 데탕트에 견줄 만한 외교적 성과다.”(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전 세계 주요 언론은 이란 핵협상 타결을 실시간으로 전하면서 이번 협상이 ‘역사적 돌파구(historical breakthrough)’를 마련했다는 평가와 함께 이란 핵무장을 막는 최선의 방법을 도출해 냈다고 환호하는 분위기다.

당사국인 이란의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구체적 합의 내용이 공식 발표되기도 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번 타결은 상호 존중이 승리한 결과다. 좋은 시작이다”라는 자축 메시지를 올렸다. 핵협상에서 이란에 가장 강경했던 프랑스의 로랑 파비위스 외교장관도 “(이란 핵무기 보유를 막는 조치로) 최소 10년간은 협상안이 충분히 견고하다”며 “다만 이란이 제재 해제로 번 돈을 어디에 쓰는지 잘 감시해야 한다”고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세계는 오늘 큰 안도의 숨을 쉬게 됐다”며 “러시아도 이번 합의가 충분히 이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3년까지 이란과의 핵협상을 담당했던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특보는 “이번 합의안은 이란 핵개발 프로그램을 실질적으로 억제할 것이라고 본다”며 “최소 10∼15년 동안은 이란이 핵무기를 갖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중동 질서에 대한 변화도 예고됐다. CNN은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의 외교적 핵심 과제가 마침내 결실을 거뒀다”면서 “과거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에 의존해 온 미국의 중동 정책은 이번 일을 계기로 변화가 불가피해졌다”고 했다.

이란 또한 서방 제재의 고삐에서 풀려나게 됐다는 기대감과 함께 자축 분위기가 역력하다.

골람호세인 카르바스치 전 테헤란 시장은 “이번 협상은 이란과 세계에 새로운 기회이다. 특히 제재 조치에 발목이 잡혔던 경제 성장이 기대된다”고 했다. 하미드레자 잘라에이푸르 테헤란대 사회학과 교수는 “복잡한 과정을 딛고 협상을 이뤄냈다는 것 자체를 긍정적으로 본다”며 “협상단, 야권, 이란 국민 등 다양한 정치세력이 지난 10년간 이룬 최대 정치적 성과”라고 평가했다.

신중론도 있었다. FT는 “이번 타결안이 종파 분쟁과 같은 뿌리 깊은 중동의 악령을 잠재우지는 못할 것”이라고 했다.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와 시아파 맹주 이란의 종파적 갈등이 오히려 양국의 중동 내 패권 경쟁과 함께 더욱 첨예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스라엘은 “서방의 악의 축(이란)에 대한 역사적 항복”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이 핵무기 개발로 가는 길을 공식적으로 인정받게 됐다”며 “이란은 또 수천억 달러의 현금을 얻을 수 있는 잭팟을 터뜨렸다. 이란은 중동과 세계를 향해 침략과 테러를 계속할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김정안 jkim@donga.com·전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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