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해킹프로그램 구입 논란]
충성도 낮고 이념보다 돈벌이… IT 익숙해 외래문화 확산시켜
“북한이 김정은 집권 4년 차를 맞아 ‘통치 성과’ 창출이 절실한 상황에서 내부 통제를 강화하고 있어 겉으로는 체제가 안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김정은과 간부, 주민 간 상호 불신이 심화되는 등 불안정 요인이 증가하고 있다.”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은 14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이같이 보고했다. 국정원은 증가하는 체제 이완 현상의 하나로 ‘장마당 세대’의 등장을 꼽았다. 이들은 1990년대 극심한 식량난으로 대규모 기아 사망자가 발생한 ‘고난의 행군’ 시기에 청소년기를 보낸 30대들로 북한 인구의 14%(330만여 명)다.
이 원장은 “이들은 이념보다 돈벌이에 관심이 많고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 부모 세대에 비해 체제 충성도가 낮다”며 “이들의 성장은 외부 사조 수용과 시장 확산 등 북한 체제 변화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탈북 등 체제 이탈도 불사하고 휴대전화 등 정보기술(IT) 기기에 익숙해 북한 사회 안에서 한류와 외래문화 전파의 허브 역할을 한다.
국정원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리더십을 ‘독단성과 조급성’으로 규정했다. “권력 유지의 불안감 속에서 사소한 잘못에도 간부들을 숙청하고 극단적인 감정 표출로 예측하기 힘든 행태를 보이고 있으며 대부분을 독단적으로 결정하고 성과에 집착해 만족스럽지 못할 때는 간부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가혹하게 처벌하고 있다”는 것. 국정원은 “이런 특징은 김정은의 성향과 현실 인식 부족, 급작스럽게 권력을 세습한 것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분석에는 탈북한 노동당·외화벌이·해외 공작 간부들의 증언, ‘휴민트(인적정보망)’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대규모 군사퍼레이드 등 노동당 창건 70주년(10월 10일) 행사를 대대적으로 준비하고 있다는 내용도 보고됐다. 국정원 관계자는 “대동강에 수천 명의 출연자가 공연할 수 있는 초대형 수상 무대를 설치했고, 분수 레이저 쇼 등 축하공연을 한다는 계획을 세워 설비 도입과 외국 전문가 초청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과학기술전당 중앙동물원 등 12곳의 대형 건설공사를 10월 10일까지 끝내도록 독려하고 있다”고 한다.
국정원은 “김정은 집권 이후 당과 정권 기관에 대한 인사는 20∼30%로 최소화한 반면 군은 40% 이상 대폭 교체한 것은 김정일 시기에 군부세력이 커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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