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앉은 黨靑…“웃음 빵빵 터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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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과는 180도 달라진 분위기

16일 청와대 회동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마주 보고 앉았다. 1년 전 7·14 전당대회 바로 다음 날에 열린 첫 청와대 회동과는 달랐다. 당시 김 대표는 박 대통령의 오른쪽, 이완구 당시 원내대표는 왼쪽에 앉았다. 박 대통령의 바로 맞은편에는 김태호 최고위원이 앉았다. 김 최고위원이 “제가 당 대표 같지 않으냐”는 농담을 던질 정도였다. 당 대표의 서열을 고려해 대통령의 맞은편에 배치하는 관행에 어긋나 “두 사람의 껄끄러운 관계를 드러냈다”는 등 뒷말이 무성했다.

김 대표가 박 대통령의 바로 맞은편에 앉은 자리 배치의 변화는 김 대표의 위상을 보여 준다는 관측이 나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우리 김무성 대표”라고 표현하며 각별한 관심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날 오전 11시경 시작돼 34분간 이어진 회동에선 덕담과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갈등이 언제 있었느냐는 듯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에선 김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 김정훈 정책위의장이, 청와대 측에선 박 대통령과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 현기환 정무수석비서관, 현정택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 참석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회동이 시작되기 전 성씨가 같은 현 정무수석과 현 정책조정수석을 향해 “수석님 중 누가 더 항렬이 높으시냐”며 분위기를 띄웠다. 박 대통령은 이날 붉은색 상의를 입었다. 평소 이 색의 옷은 ‘경제 활성화 복장’으로 불렸지만 이날은 새누리당의 당색과 호흡을 맞추는 ‘패션 정치’로 비쳤다. 당청 갈등을 봉합하고 정상화하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됐다. 불과 2주 전인 3일 광주 유니버시아드대회 개막식에서도 박 대통령은 같은 상의를 입었지만 당시엔 김 대표와 눈도 마주치지 않을 정도로 냉대했다.

하지만 이날 박 대통령은 시종 미소를 띠고 있었다. 2월 청와대 회동 때와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당시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 발언으로 당청 관계는 경색 국면으로 흘렀다. 당시 회동을 마친 뒤 김 대표는 “(회동이) 끝날 땐 막 웃고 ‘자주 보자’고 하고 나왔다”면서도 “처음 시작할 때는 냉기가 흘렀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번 신임 원내지도부 선출과 ‘김무성 체제 2기’ 당직 인선 과정에서 청와대 및 친박(친박근혜)계의 의견은 많이 반영됐다. 청와대와 친박계도 “김 대표가 원만히 풀었다”고 말할 정도다. 그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원 원내대표는 회동 후 브리핑에서 “화면에서 봤듯이 (참석자들이) 빵빵 터졌다. (대통령이) 많이 웃으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당청 관계 경색으로 ‘당정청 정책조정협의회’가 멈췄던 것에 대해 “(이젠) 완전히 원상회복됐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점심을 국회로 돌아오는 길에 간단히 도시락으로 해결하려던 일정을 바꿔 평소 가고 싶었던 고깃집에서 식사하자고 참석자들에게 제안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회동 후에 김 대표도 마음에 여유가 있고 기분도 좋은 상태로 보였다”고 말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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