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안이 17일 임시주주총회를 통과했지만 재계 및 경제전문가들은 ‘제2의 엘리엇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해외 투기자본들이 또 다른 국내 기업을 공격할 수 있는 만큼 경영권 방어 장치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쏟아졌다.
신석훈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팀장은 “삼성물산은 이번 임시주총으로 문제를 끝낸 게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맞이할 수 있다”며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앞으로 합병 무효, 배임 등 다양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신 팀장은 “한국 기업이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 같은 경영권 방어 장치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애초부터 엘리엇이 한국 시장에 들어오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흥기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정책실장도 “삼성물산과 엘리엇의 공방은 한국 기업계가 경영권 방어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를 제공했다”며 “향후 경영권 방어 대책에 대해 활발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2003년 소버린, 2006년 칼 아이칸, 이번엔 엘리엇이었다”며 “헤지펀드의 공격을 막느라 이번에 삼성그룹 전체가 얼마나 불필요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회는 한국 기업의 경영권 방어 장치 도입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참여연대 등 일부 시민단체는 “합병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일반 주주들의 이익을 희생시키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외신들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안 통과 소식을 전하며 다소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삼성의 승리는 한국 ‘기업 왕조’의 견고함을 분명히 보여줬다”며 “이번 결과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일가의 삼성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외국인의 매수 시도를 물리치는 한국의 선례를 이어갔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삼성의 앞길은 여전히 험난하다고 점쳤다. 이 매체는 “엘리엇과 몇 주간 대립한 끝에 합병이 성사됐지만 이재용 부회장은 분노한 소액주주 및 엘리엇과 기나긴 법적 공방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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