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크라우드펀딩이 빛을 보는 이유는 소비자들이 ‘프로슈머’(prosumer·생산과 소비를 겸하는 생산소비자)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수익률 몇 퍼센트를 바라던 수동적인 고객들이 이제는 자신이 소비하길 원하는 상품 또는 회사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이철 밸류인베스트코리아 사장(50·사진)은 국내 크라우드펀딩 업계의 선두 주자로 꼽힌다. 그는 2011년 크라우드펀딩을 기반으로 한 벤처캐피털(VC) 밸류인베스트코리아를 창업했다. ‘파종’을 끝낸 뒤 갓 올라온 떡잎만 보고 투자를 결정해야 하는 벤처캐피털은 개인투자자들이 접근하기 어렵다. 성공하면 대박을 터뜨릴 수 있지만 실패할 위험도 크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지금까지 밸류인베스트코리아가 벤처에 투자한 돈을 전액 소액투자자들로부터 조달했다. 사모펀드와 연기금 위주였던 벤처 투자를 공모화한 것이다. 15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본사에서 만난 그는 “기업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프로슈머들이 등장한 것처럼 금융 분야에서도 직접투자 대상을 결정하는 데 개입하고 있다”며 “자신의 사회적인 욕구에 부합한다면 충분히 위험을 감수하려는 고객이 많다”고 말했다.
‘큐레이터’로 불리는 이 회사 재무설계사(FC) 2000여 명은 고객의 자산을 관리하고 일부를 유망한 벤처기업과 문화 콘텐츠 사업 등에 투자해 초과 수익을 올린다. 이 사장은 “크라우드펀딩 기반의 벤처캐피털이 가능하려면 유망하지만 생소한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고객에게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애널리스트가 고객을 직접 찾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밸류인베스트코리아가 투자한 대표적 기업은 항암치료제 개발업체 신라젠이다. 고객 8507명으로부터 투자금 457억 원을 유치해 신라젠의 최대주주가 됐다. 현재 이 회사의 고객은 10만 명이다. 개인별 최소 투자액은 100만 원이며 6월 말 현재 총 운용자산은 2600억 원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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