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26일 오후 7시 30분. 함께 산책을 하러 나온 강모 씨(54·여)와 홍모 씨(54·여)는 화들짝 놀랐다.
서울 노원구의 한 초등학교 맞은편 정자에 미니스커트와 검은 팬티스타킹을 입은 한 남성이 앉아있었기 때문이다. 이 남성은 하이힐까지 신고 있었다. 강 씨와 홍 씨는 자신들을 등지고 앉은 남성 옆을 조심스럽게 지나쳤다. 이들의 신고로 이 남성은 경찰에 붙잡혔다.
여성의 옷을 입고 있던 남성은 백모 씨(54). 그는 경찰서에서 “여성이 되고 싶어 그런 옷을 입었다”고 진술했다. 백 씨가 다리를 벌려 흔들고 이상한 손동작을 했다는 목격 여성들의 주장에 “추워서 다리를 떤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지만 백 씨는 결국 공연음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서울북부지법 박재경 형사9단독 판사는 21일 백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박 판사는 “당시 백 씨가 허리까지 오는 스타킹을 입어 중요 부위를 노출하기 어려웠고 여장 남자라는 사실만으로 범죄가 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2012년 3월 경범죄 처벌법 개정으로 ‘과다 노출자’의 기준이 ‘속까지 들여다보이는 옷을 입은 사람’이 아닌 ‘알몸을 지나치게 내놓거나 가려야 할 곳을 내놓은 사람’으로 수정되면서 백 씨를 경범죄 처벌 대상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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