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해킹 조직이 지난해 국내 스마트폰의 해킹을 시도해 2만여 대가 악성 애플리케이션에 감염된 사실이 지난해 국가정보원의 국회 국정감사 자료에서 드러났다. 당시 국정원은 미래창조과학부를 통해 악성 앱 삭제 조치 등을 취했다며 “해킹 조직이 스마트폰의 통화기록, 문자 열람은 물론 도청과 촬영까지 할 수 있어 컴퓨터 대상의 사이버 공격보다 더 위협적”이라고 밝혔다. 북의 사이버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국정원이 최신 해킹 기술을 연구하고 관련 장비 구입을 해야 할 이유다.
새정치민주연합 국민정보지키기위원장인 안철수 의원이 그제 국정원 해킹 논란과 관련해 해킹 프로그램 RCS의 모든 로그파일(사용기록) 원본, 유사 프로그램 구매기록 등 30개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은 국정원을 벌거벗기는 일과 다름없다. 국정원법은 대북 정보 수집과 관련된 정보가 국가 기밀에 해당하는 만큼 이를 외부로 반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국정원의 정보 역량이 적나라하게 공개되는 것이 국가안보와 국익에 도움이 될 리도 없다.
안 의원은 “모든 정보가 로그파일 형태로 남기 때문에 이를 분석하면 해킹 대상이 국내 민간인인지를 확실히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정원과 해킹팀 간의 거래를 중개한 나나테크의 허손구 대표가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RCS로) 1만 명을 보고 싶으면 1만 개를 사야 된다”며 “감청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20개를 구입한 국정원이 민간인을 무차별 감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컴퓨터 전문가인 그가 나나테크 허 대표의 말뜻을 모를 리 없는데도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
국정원의 국가사이버안전센터는 2003년 ‘1·25 인터넷 대란’을 계기로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 창설된 사이버테러 방지 기구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5월 방한 때 “소니사 해킹 등 북의 사이버 공격이 미국은 물론 동맹국에 대한 안보 위협”이라며 국제사회의 공동대응을 강조한 바 있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새정치연합이 애써 만든 국정원 기구를 거의 무장해제시켜 사이버전 역량을 훼손해선 안 될 것이다.
국정원의 해킹 논란은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비공개로 신속히, 철저히 규명하면 될 일이다. 새정치연합이 진정한 ‘안보 정당’을 자임하려면 사이버테러방지법 등 관련 법제의 정비로 국가의 사이버전 역량 강화에 힘을 보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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