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장윤정]반복되는 은행 사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3일 03시 00분


장윤정 경제부 기자
장윤정 경제부 기자
“그런 일을 벌일 만한 직원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지난달 우리은행에서는 호주에 가족들을 떠나보내고 기러기 아빠로 지내던 부지점장이 20억 원의 돈을 빼돌려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미리 꼼꼼히 준비한 계획적인 범행이었다. 해당 부지점장은 자신이 담당하던 기업 A사로부터 ‘기존 예금을 해지하고 새 상품에 가입해야 한다’며 ‘예금 해약청구서’를 미리 받아놓았다. 그 후 A사의 예금을 해지해 그중 20억 원을 자기 계좌로 이체했다.

다음 날 그는 결근하고 호주로 떠났다. 은행은 발칵 뒤집혔고 함께 근무하던 직원들은 “조용하고 성실한 직원이었다”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기러기 생활을 오래 하는 바람에 경제적인 문제가 생겼던 것 같다”고도 했다. 민영화를 앞두고 은행 가치를 끌어올려야 해 안 그래도 마음이 바쁜 우리은행은 ‘돌발 악재’에 한동안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그 후 잠잠한가 싶더니 이번엔 KB국민은행에서 사고가 터졌다. 충청도 A지점 직원들이 올해 초 대출 관련 서류를 허위로 조작했다가 지난달 은행 감사부에 적발된 것이다. 지점장 등 직원 3명은 관련 서류를 꾸며 지점장의 배우자가 운영하는 회사에 ‘태양광발전소 시설자금대출’ 명목으로 19억 원을 빌려줬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감사부가 대출 명세를 살펴보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 현장 검사를 벌여 적발했다”며 “해당 직원들을 경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런 사고가 터질 때마다 은행에 대한 고객들의 불신과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인터넷에 뜬 관련 기사에는 ‘평소 고객들에게 깐깐하게 굴더니 내부 관리가 이렇게 허술했느냐’ ‘집안 단속부터 잘해라’는 등의 부정적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은행들은 일부 직원의 ‘개인적인 문제’로 인해 발생한 일이라고 해명한다. 도덕성이 떨어지는 직원이 작정하고 횡령하려 들면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궁색한 변명이다. 국민은행의 총자산은 313조 원, 우리은행의 경우 301조7000억 원에 이른다. 수백조 원의 자산을 갖춘 은행이라면 도덕성이 떨어지는 은행원의 ‘나쁜 손’까지 방지할 시스템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닐까.

은행원들의 횡령사고는 이전에도 많이 있었다. 그때마다 은행들은 예방책과 향후 대응 방안을 내놨지만 ‘반짝’ 경계가 강화되다 분위기가 풀어지곤 했다. 이번에도 국민은행 우리은행 등 금융권에서 내부 통제 강화 방안을 내놨다. 이번만은 더이상의 사건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대로 내부 통제의 고삐를 조여야 한다. 한국의 대표 은행이라고 홍보하는 은행들이 고객들로부터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꼴’이라는 소리를 듣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장윤정 경제부 기자 yunjung@donga.com
#우리은행#횡령#국민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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