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 늘린 日… 외국인관광객 지갑 열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4일 03시 00분


[국내 휴가로 경제 살리자]본보-경제 5단체 공동캠페인
상반기 914만명 방문… 46% 급증
엔저 겹치며 한국 오던 유커 日로

일본 중서부 돗토리(鳥取) 현 해안에 위치한 히에즈(日吉津) 마을. 인구 3455명인 이 마을에 이달 2일 주민 수보다 많은 중국인 관광객 4000명이 한꺼번에 방문했다. 크루즈 여객선을 타고 온 관광객들은 동네 마트의 물건을 싹쓸이했다.

일본정부관광국은 22일 올 상반기(1∼6월) 일본을 찾은 관광객이 914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6% 늘었다고 밝혔다. 국적별로는 중국인이 217만 명으로 가장 많았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배로 늘어난 규모다. 일본 언론은 2020년까지 관광객 2000만 명을 유치한다는 목표가 내년에 달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한일 양국이 유치한 외국인 관광객은 각각 1420만 명과 1341만 명으로 한국이 더 많았다. 하지만 한국의 상반기 외국인 관광객은 668만 명에 그쳤다. 원화 가치가 오른 데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올해 상반기 추세대로라면 한일의 관광객 유치 규모가 역전될 것이 확실시된다. 이는 2007년 이후 처음이다.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이처럼 늘어난 이유로 엔화 약세 외에 면세점 확대를 꼽을 수 있다. 강중석 한국관광공사 도쿄지사장은 현장에서 소비세 8%를 바로 돌려주는 ‘미니 면세점’ 확대를 일등공신으로 봤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면세 대상 금액도 1만 엔(약 9만4000원)에서 5000엔(약 4만7000원) 이상으로 낮췄다. 한국에서도 서울 명동 등지에서 비슷한 형태의 면세점이 늘고 있지만 출국 때 공항에서 환급해 주다 보니 불편이 뒤따른다. 반면 일본은 결제 때 바로 세금을 돌려준다.

이 때문에 도쿄(東京) 중심가인 긴자(銀座) 거리에는 대형 캐리어를 끌고 다니며 사냥하듯 폭풍 쇼핑에 나서는 중국인 관광객들로 넘치고 있다. 준비해 온 캐리어에 상품을 다 담지 못하는 관광객이 늘자 상점가 한복판에 값싼 캐리어 전문 매장이 등장했을 정도다. 지방에서도 음식 등 지역 특산물도 면세 대상이 되다 보니 작은 마을에도 면세점이 생기고 관광객이 찾아오게 됐다.

일본은 관광객 유치를 위해 지난해까지 태국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를 비자 면제국으로 추가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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