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가 한발씩 양보하면서 거둔 합의였다.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의 관건이 ‘타이밍’이라는 여론의 압박 속에 여야는 23일 마지막 쟁점이던 법인세 인상과 국가정보원 해킹 청문회를 놓고 절충안을 마련했다. 이로써 정부가 추경안을 제출한 뒤 18일 만인 24일 본회의에서 최소 11조1000억 원 규모의 추경안이 처리될 수 있게 됐다.
○ ‘법인세 등 정비’로 절충
여야 원내지도부가 이날 오전, 오후 잇달아 벌인 핑퐁 회동에서 추경안 처리의 최대 쟁점은 야당의 법인세 인상 요구였다. 반복되는 ‘세수 펑크’를 막기 위해 법인세를 인상해 세입 기반을 확충해야 한다는 주장. 여당은 ‘증세 없는 복지’라는 박근혜 정부의 기조에 호응해야 하는 만큼 법인세 인상을 포함한 증세 논의는 어렵다고 버텼다.
여야는 소득세, 법인세 등의 정비를 비롯해 세입 확충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부대의견을 다는 것으로 절충점을 찾았다. 추후 논의 여지를 열어두는 선에서 타협한 것.
협상에서는 야당이 법인세 인상을 계속 요구하자 여당은 비과세·감면제도 정비로 맞섰다고 한다. 비과세·감면제도 축소는 ‘증세는 없다’는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세입 기반을 확충할 수 있는 여당의 대안인 셈. 하지만 야당이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 신설까지 언급하면서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자 결국 양측의 주장이 담긴 ‘인상’ ‘감면’ 등의 표현을 모두 빼고 ‘정비’라는 중립적인 표현을 합의문에 담았다.
하지만 합의 직후 ‘정비’를 둘러싼 동상이몽(同床異夢)이 드러나기도 했다.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모든 방안을 열어 놓고 다루겠다는 것”이라면서도 “새누리당은 현재로서는 법인세 인상의 여지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우리로선 ‘정비’가 법인세 인상을 포함해 논의하겠다는 취지”라고 주장했다.
○ 與 ‘청문회 불가’ 강하게 반대
국정원 해킹 의혹 사건에 대한 협상의 암초는 청문회 실시 여부였다. 야당의 끈질긴 요구에도 여당은 끝까지 청문회 개최를 반대했다. 이에 한때 협상이 결렬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결국 여야는 ‘청문회에 준하는 절차’로 국회 정보위원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여당의 반대로 합의문에 이 같은 표현을 적시하지는 않았다. 조 원내수석부대표는 “국가 안보, 보안과 직결되는 부분이 많아 청문회를 열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여야는 일단 다음 달 14일까지 국회 정보위,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 국방위, 안전행정위 등 관련 상임위를 열어 관련 자료를 통해 현안보고를 받기로 했다. 이후 이 자료를 토대로 정보위를 열어 국정원장 등의 증언, 진술을 듣기로 했다. 기밀이 누설되지 않는 방법은 여야 간사가 협의해 정하기로 했다.
앞서 추경안 처리와 국정원 청문회 협상을 연계하는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자 새정치연합 국민정보지키기위원장인 안철수 의원은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괜한 공격에 시달리지 않도록 분리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결국 이날 협상은 두 사안의 일괄 타결 방식으로 결론 냈다.
○ SOC 예산 2000억 원 등 7000억 원 삭감
이날 협상을 통해 야당이 전액 삭감을 주장했던 세입경정 예산과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정부안에서 각각 2000억 원 줄어든 5조4000억 원, 1조3000억 원으로 결정이 났다. 정부안에서는 총 7000억 원이 깎였다.
여야는 24일 오전까지 진행될 예결특위 예산안조정소위원회에서 삭감액의 일부를 새로운 사업 예산으로 대체해 증액할 가능성이 높다. 야당이 요구하는 저소득층 온누리상품권(전통시장 상품권) 지급 예산 2140억 원은 여당이 ‘포퓰리즘 예산’으로 반대하고 있어 재래시장 활성화 예산으로 바뀌어 반영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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