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11조5639억여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은 당초 정부안보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피해 지원 예산이 크게 늘어난 것이 눈에 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본회의에 출석해 “이번 추경은 민생과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메르스 예산 대폭 확충
여야는 세출경정 예산에서 감액한 재원(4750억 원) 중 4112억 원을 메르스와 가뭄 피해 지원, 지역경제 활성화 사업 등으로 다시 증액했다.
특히 메르스 사태 관련 예산에 총 2708억 원을 추가로 배정했다. 메르스 피해 복구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절실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사업별로는 △피해 의료기관 손실 지원 1500억 원 △중소기업 긴급경영안정자금 950억 원 △지방의료원, 적십자병원, 보건소 등 시설·장비 확충 208억 원 등이다. 탄저균 등 생물테러 대응역량 강화 예산 73억 원도 새로 반영됐다.
다만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편성한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예산 101억 원은 반영되지 못했다. 설립의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게 정부 여당의 주장이다.
○ 지역예산으로 돌린 SOC 예산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예산은 정부안(1조5000억 원)의 약 17%인 2500억 원 삭감됐다. ‘메르스·가뭄 추경’이란 기본 취지를 벗어난다는 명분이었다. 하지만 586억 원어치의 사업을 새로 추가하며 실제 줄어든 SOC 예산은 1914억 원이었다.
막판 협상 과정에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의원들은 여야 가릴 것 없이 ‘본색’을 드러냈다. 충남 서산-태안이 지역구인 새누리당 김제식 의원은 ‘서해선 복선전철’ 예산으로 정부안(200억 원)에서 200억 원을 더 늘렸다. 전남 해남-완도-진도가 지역구인 새정치민주연합 김영록 의원은 ‘보성-임성 철도 건설’ 예산으로 100억 원을 새로 따냈다.
정부가 꺼내든 경기부양 카드인 ‘공연 티켓 1+1’ 사업 예산 30억 원은 그대로 살아남았다. 메르스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문화계를 위해 공연 표 1장을 사면 1장을 더 주는 제도다. 야당은 다른 업계와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전액 삭감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저소득층에 온누리상품권(전통시장 전용)을 10만 원씩 지급하는 예산 2140억 원은 무산됐다. 야당이 서민대책으로 추진한 것이었다. 예결위 여당 간사인 김성태 의원은 “그 대신 기획재정부가 기금을 활용해 재래시장 활성화 대책을 마련할 것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 정부, 8월부터 추경 집행 ‘속도전’
정부는 박근혜 정부 두 번째 추경이 당초 일정대로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가슴을 쓸어내리는 분위기다. 자칫 8월로 넘어갈 경우 경기를 살리기 위한 최적의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었다.
정부는 추경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예산 집행 시기를 최대한 앞당길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8월부터 사업별로 추경안을 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추경으로 올해 경제성장률이 0.3%포인트 상승해 3%대 성장률을 지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국가채무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35.7%에서 37.5%로 높아져 향후 재정건전성 확보라는 짐을 안게 된 점은 부담이다. 야당 원내사령탑으로 협상을 이끈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에서 반대표를 행사했다. 이 원내대표는 “젊은 세대에게 이렇게 ‘먹튀’로 전가하는 것에 대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