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5월에 이어 두 번째 기각됐다. 정 전 부회장은 공사 대금을 부풀려 지급한 뒤 돌려받는 수법으로 100억 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법원은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부실 수사’라는 이유로 법원이 두 차례나 영장 기각을 한 것은 이례적이다.
포스코에 대한 고강도 압수수색은 3월 12일 이완구 전 총리가 ‘해외자원개발과 관련한 배임, 일부 대기업의 비자금 조성’ 등을 거론하며 부정부패를 발본색원하겠다는 대(對)국민담화를 발표한 다음 날 시작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세운 포스코에 남다른 애착이 있다.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과 이명박(MB) 정부 당시의 실세들이 무리한 해외 투자와 인수합병으로 회사를 망쳐 놓은 데 대한 분노가 있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의 의중을 헤아린 검찰이 포스코건설 비자금 의혹의 정점에 있는 정 전 부회장을 구속한 뒤 정 전 회장과 MB 실세를 겨냥할 것이라는 관측도 파다했다.
그러나 정 전 부회장의 잇단 영장 기각으로 검찰의 ‘전(前) 정권 때리기 수사’는 동력을 잃었다.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 수사처럼 별건(別件)수사라도 해서 실적을 내겠다는 오기는 부리지 말아야 한다. 포스코 수사는 충분한 내사 없이 무리하게 청와대 ‘하명(下命) 수사’를 밀어붙이다 헛발질을 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MB 정부 실세는커녕 정 전 회장 근처도 못 간 상태에서 수사를 접기는 검찰의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4개월 넘게 수사하고도 성과가 없는데 ‘먼지 털이 수사’를 계속하는 것은 정도(正道)가 아니다. 김인호 한국무역협회장은 그제 “기업인이라고 해서 수사나 사법심사 대상에서 제외될 수는 없지만 확실한 근거에 입각해 최소한의 수사에 그쳐야 한다”고 했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기회 있을 때마다 ‘사람과 기업을 살리는 수사’를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환부(患部)만 도려내는 외과 수술식 수사’가 기업 수사에만 예외여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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