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엔 식당매너 없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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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8월의 주제는 ‘國格’]<146>日음식점 ‘왁자지껄’ 코리안

일본 오사카(大阪)의 한 일본식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한국인 유학생 김모 씨(27)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어쩌다 식당에 들어서면 식은땀부터 흘린다. 몇 차례나 되풀이된 민망한 기억 때문이다.

최근 친척 사이로 보이는 한국인 50대 남녀 여행객 4명이 식당을 찾았다. 일본에서는 식당에 들어서면 종업원이 좌석을 안내할 때까지 기다리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이들은 안내도 하기 전에 마음에 드는 창가 좌석으로 직행했다. 이들을 본 일본인 종업원이 예약석이라고 하자 화를 내며 자리를 옮겼다.

여기까지는 문화의 차이로 볼 수 있다. 이들은 좌석에 앉자마자 목소리를 높이며 왁자지껄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본인들에겐 ‘이야기꽃’이지만 평소 주변에 폐를 안 끼치려 조용히 밥을 먹는 일본 손님들에겐 ‘소음’에 가까웠다. 주변 테이블 여기저기서 쳐다봤지만 개의치 않는 표정이었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자 준비해온 김치와 소주를 슬금슬금 가방에서 꺼냈다.

경악한 일본인 종업원이 “가져온 음식과 술은 먹을 수 없다”고 제지하자 이번엔 대놓고 식당과 일본인 험담을 내놓았다. 카운터 앞에 서있던 김 씨는 모골이 송연해졌다. 케이팝과 한류 드라마 덕분에 가게 주인과 일본인 종업원 일부가 한국어를 어느 정도 알아듣기 때문이었다. 할 수 없이 김 씨가 다가가 “여기 한국말 다 알아들어요”라고 하자 이들은 깜짝 놀라며 말문을 닫았다.

이들이 식당을 떠나자 점장은 김 씨에게 “간코쿠진와 얏파리 겐키데스네(韓國人はやっぱり元氣ですね·한국인은 역시 활력이 있네요)”라고 말했다. 김 씨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국경의 섬’으로 불리는 쓰시마(對馬) 섬은 연 20만 명 이상의 한국인 관광객이 지역 경제를 지탱하고 있지만 일부 이자카야(居酒屋·선술집)는 한국인 관광객들을 사절하는 경우도 있다. 한 이자카야 주인은 일본 언론에다 “한국인 손님을 받으면 불필요한 갈등을 빚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도쿄(東京)에서 관광·출장 지원 사업을 하고 있는 한 업체 사장은 “한국인들은 사전에 매너를 설명해도 이를 무시하고 한국식으로 해버리는 사례가 많다. 자존심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르는 게 일종의 국제 매너가 아닐까”라고 말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한국#식당매너#코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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