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롯데 직원들은 롯데를 ‘시키면 절대 복종해야 하는 군대’에 비유한다.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이 67년 동안 지배해온 ‘1인 체제’가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기업문화로 이어졌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롯데의 전직 직원 A 씨는 롯데의 기업문화에 대해 “까라면 까야 하는 군대식 문화”라고 말했다. 인건비를 아끼려고 법으로 보장된 수당마저 주지 않고, 회사가 연차휴가를 직원 본인도 모르게 소진시키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A 씨는 “올해 초 야근수당을 주지 않기 위해 상사가 부하 직원들을 회의실에 불러 ‘회사 지시로 야근한 게 아니라 업무와 무관하게 자발적으로 회사에 남았다’는 내용이 적힌 서약서에 서명을 하도록 강요했다”고 떠올렸다.
롯데는 국내 기업 중 유독 ‘짜다’는 말을 들어왔다. 이른바 ‘마른 수건 짜기’ 전략이다. 그러니 직원들은 “장시간 근로 관행이 생산성을 해친다”며 피로감을 호소했다. 그나마 최근 몇 년 새 동종 업계 수준으로 임금 수준을 맞추려고 노력해 처우가 나아졌다는 평가다.
하지만 기업정보 사이트 ‘잡플래닛’의 최근 조사는 롯데 내부 직원들의 불만이 여전히 심각한 것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잡플래닛이 올해 상반기(1∼6월) 국내 10대 그룹 전·현직 직원들의 자사(自社) 평가 2만2000여 건을 분석해 기업문화를 평가한 결과 롯데그룹은 51.45점(100점 만점)으로 10대 그룹 중 최하위였다. 롯데는 지난해에도 이 평가에서 꼴찌였다.
롯데쇼핑의 한 직원은 “수평적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직원은 “임원들이 매우 보수적이고 시대 흐름에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꼬집었다. “당장의 눈앞 매출만을 본다”, “매출 목표가 비상식적” 등 과도한 실적 압박을 성토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지난해 초 드러난 롯데홈쇼핑 납품비리 사건도 상명하복의 롯데 기업문화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갑’의 지위를 이용해 홈쇼핑 납품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아 챙긴 전 롯데홈쇼핑 대표와 직원들은 실형을 선고받았다.
한편 시민단체인 금융소비자원과 활빈단에 이어 소상공인들도 롯데 불매운동에 가세했다. 5일 소상공인연합회는 성명서를 내고 “국민의 성원과 정부의 특혜로 성장한 롯데가 무차별적 확장으로 골목상권을 짓밟았다”며 “골목상권에서 롯데마트와 롯데슈퍼가 퇴출될 때까지 롯데마트와 롯데슈퍼에 대한 불매운동과 소상공인 업소에서 롯데카드 결제 거부 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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