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법제도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신뢰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 대상 42개국 가운데 밑바닥 수준인 39위로 나타났다. OECD가 갤럽에 의뢰해 한국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사법제도를 신뢰하는지를 물어본 결과 27%만이 “신뢰한다”고 응답했다. OECD 회원국의 사법제도 신뢰도가 평균 54%인 것에 비추어 부끄러운 수준이다.
사법제도가 불신을 받는 주요 원인은 법조계의 오랜 관행이자 악습인 전관예우를 꼽을 수 있다.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 단계에서 수사팀이나 재판부와 인연이 있는 변호사를 수소문해 고액의 수임료를 지불하는 것이 관행처럼 자리 잡았다. 대법관 출신 변호사는 소송 서류에 이름을 올려주고 도장을 찍는 값만으로 수천만 원을 받는다. 최근 대법원이 “형사 사건에서 변호사 성공보수 약정은 무효”라고 천명한 것은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세간의 비판을 의식한 것이다. 재판장과 사법시험 동기인 변호사를 선임한 이완구 전 국무총리의 재판부를 서울중앙지법이 재배당한 것도 전관예우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목적이다. 사법부가 전관예우를 방지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으나 미흡하다. 변호사 직무의 공정성을 높일 획기적 조치가 필요하다.
전관예우 근절과 함께 판사와 검사들이 보다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재판하고 수사한다는 믿음을 국민들에게 주어야 한다. 일부 판사와 검사가 재판 도중에 막말을 하거나 재판을 편향적으로 진행하고, 수사 과정에서 인권을 억압하거나 공정성을 잃는 조치를 해서 물의를 빚는 일이 없지 않다. 판사와 검사에게 신분을 보장하고 폭넓은 권한을 주는 것은 법질서를 공정하게 세우라는 의미다. OECD 조사 결과가 지나치게 주관적이기는 하지만 국민의 사법 불신에 대해 깊은 자성이 요구된다.
이번 조사에서 한국 정부에 대한 국민 신뢰도는 중하위권인 26위였다. 신뢰 점수가 낙제점에 가까운데도 정부는 지난해 훈장 2만1669건 중 85.6%를 퇴직 공무원에게 수여했다. 국민들은 여전히 녹록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데도 뭘 잘했다고 ‘훈장 잔치’를 벌이는지 이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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