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없는 ‘만취 살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1일 03시 00분


통영서 20대 대학 휴학생, 이웃 60대 부부 흉기로 찔러

시골 마을에서 횟집을 운영하며 살던 60대 부부가 흉기에 찔려 무참히 살해됐다. 범인은 만취한 20대 대학 휴학생이었다. 경찰의 1차 조사 결과 특별한 원한관계는 없었다. 범인은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술이 부른 어처구니없는 살인사건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10일 오전 3시 1분 경남 통영경찰서에 “수상한 남성이 집에 침입했다”는 A 씨의 112신고가 접수됐다. 통영시 산양읍에 출동한 경찰은 “한 남성이 방금 집에서 도망쳤다”는 신고자 말에 따라 주변을 수색했다. 잠시 뒤 “악!” 하는 비명소리가 들렸다. A 씨의 집에서 약 200m 떨어진 2층 주택에서 난 소리였다. 경찰이 도착해 2층으로 향하던 순간 흉기를 든 20대 남성이 계단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바지를 벗은 채 비틀거렸다. 경찰은 테이저건을 쏴 그를 붙잡았다.

경찰이 확인한 2층 집 안의 모습은 끔찍했다. 주인 김모 씨(67)와 부인 황모 씨(66)는 많은 피를 흘린 채 각각 안방과 거실에 쓰러져 있었다. 복부 등을 수차례 찔린 상태로 이미 숨진 뒤였다. 얼굴과 팔에는 베이거나 긁힌 상처가 많았고 바닥에는 각종 집기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경찰 조사 결과 현장에서 붙잡힌 범인은 사건 현장에서 약 250m 떨어진 곳에 살고 있는 설모 씨(22)였다. 그는 경북의 한 대학에 다니다 입대한 뒤 올 6월 전역해 통영의 한 식당에서 아르바이트 중이었다. 설 씨는 9일 오후 5시부터 사건 당일 오전 2시까지 무려 9시간 동안 3차에 걸쳐 친구, 직장 동료 등과 술을 마신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경찰에서 “술에 취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발생한 우발적 범행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설 씨가 발견 당시 만취 상태로 바지를 벗고 있었고 피해자 집에 있던 흉기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마을 주민들은 설 씨에 대해 “지나가다 만나면 인사도 잘하는 평범한 젊은이였다”며 충격에 빠진 분위기다.

경찰은 이날 오후 설 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금품을 노렸거나 평소 원한에 의해 살인을 저질렀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가족과 이웃 등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 중이다.

통영=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살인#만취#통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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