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비키니]규정타석 셈법 ‘경기수× 3.1’… 이유 아시는 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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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美선 2.6타수 기준 볼넷 많아 타격왕 탈락 논란에
‘3.1’ 결정했지만 ‘왜’ 설명 없어

“나는 손으로 라이터의 무게를 확인했다. 아주 기분 좋은 무게였다. 지나치게 무겁지도 않고 가볍지도 않았다. 세상에는 이런 종류의 무게가 있는 것이다.”(무라카미 하루키 ‘양을 쫓는 모험’ 중에서)

이 글의 제목은 ‘3.1을 쫓는 모험’입니다. 3.1은 프로야구 규정타석 계산 때 등장하는 숫자입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공식 규칙에 따르면 경기 수에 3.1을 곱한 뒤 소수점 이하를 버리면(미국과 일본은 반올림) 규정타석 숫자가 나옵니다. 타자가 4할을 쳐도 이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하면 타격왕이 될 수 없습니다. 3.1은 과연 ‘무겁지도 않고, 가볍지도 않은’ 숫자일까요?

먼저 박기철 스포츠투아이 부사장께 물었습니다. KBO 기록원 출신인 박 부사장은 야구전문기자인 고 이종남 기자가 “대한민국에서 야구 룰(rule)로 내기할 사람 있으면 누구든 오라고 큰소리를 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분마저 “모르겠다”고 대답했습니다. “1950년대 평균 타석을 기준으로 삼았을 것 같은데 정확히는 모르겠다. 지금까지 읽은 자료에서는 그 이유를 본 적이 없다.” 그러면서 “내가 모르면 대한민국에서는 알 사람이 없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알 수가 없다니 미국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표적은 뉴욕타임스(NYT) 홈페이지. 1950년대 규칙이 바뀌었다면 이를 소개한 기사가 있었을 테니까요. 어렵지 않게 찾았습니다.

1956년 11월 19일 자 NYT 기사를 보면 당시는 경기당 2.6타수가 기준이었습니다. 2.6이었던 이유는 그전에는 400타수가 ‘규정타수’였기 때문입니다. 그때 메이저리그 한 시즌은 154경기였는데 400을 154로 나누면 약 2.6이 나옵니다.

‘마지막 4할 타자’ 테드 윌리엄스가 이 규칙을 흔들었습니다. 윌리엄스는 1954년에 526번 타석에 들어서고도 볼넷 136개를 얻어내는 바람에 400타수를 채우지 못했습니다. 볼넷은 타석에는 들어가지만 타수에서는 빠지기 때문입니다. 그 탓에 윌리엄스는 당시 타격 1위 보비 아빌라보다 4리 높은 0.345의 타율을 기록하고도 타격왕 자리를 내주고 말았습니다. 결국 1년 넘는 논란 끝에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경기 수×3.1’을 규정타석으로 삼기로 결정했습니다.

문제는 기사 어디에도 ‘왜 3.1인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는 것입니다. 혹시나 하고 일본 야구를 뒤져봤습니다. 일본 프로야구도 1957년부터 똑같은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3.1을 기준으로 삼은 이유에 대해 여러 가설이 있지만 정확한 이유는 불명”이라는 게 위키피디아 일본어판의 설명입니다.

그렇게 3.1을 찾아 헤맨 모험은 끝나고 말았습니다. 3.1의 사연을 알고 있는 유일한 대한민국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도 그렇게 접었습니다. 혹시 알고 있는 분이 계시면 저에게도 알려주세요!

“서글픈 풍경이었다. 그러나 도대체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이곳에서는 이미 새로운 규칙이 세워져 새로운 게임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아무도 그것을 멈출 수는 없다.”(‘양을 쫓는 모험’ 중에서)

황규인 기자 페이스북 fb.com/bigkini
#규정타석#경기수× 3.1#테드 윌리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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