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문재인 대표, 지금이 5·24 해제 요구할 때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8일 00시 00분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6일 “5·24조치의 해제를 박근혜 대통령에게 공동으로 요구하는 서한을 보내자”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게 제안했다. 김 대표는 “적극적인 대화 의지는 지지한다”면서도 “5·24조치 해제는 천안함 도발과 최근 북한의 지뢰 도발을 고려할 때 적절하지 않다”며 거절했다. 5·24조치는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 이후 정부가 취하고 있는 대북제재다.

이번 요구는 문 대표가 광복 70주년을 맞아 남북문제의 큰 해결 방향을 밝힌 ‘한반도 신(新)경제지도 구상’ 속에서 나왔다. 문제는 해제 주장이 얼마나 설득력을 갖느냐이다. 북한은 천안함에 대해 아직도 도발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지뢰 도발에 대해서도 “증거가 있으면 내놓으라”며 적반하장식 발뺌을 한다. 정부는 지뢰 도발에 대해 “북한이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은 북한 도발에 어떤 응징을 가하느냐를 따질 때이지, 5·24 해제를 꺼낼 시점이 아니다.

문 대표는 5·24 해제와 함께 경제 분야에서 먼저 한반도 공동체를 만들자며 ‘남북 경제공동체’를 제안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북한에 대한 유엔안보리 제재가 해제되어야 한다. 북한에 대한 군사적 금융적 제재는 북한이 유엔안보리 결의안을 무시하고 핵 개발을 계속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한국 단독으로 국제 제재를 풀 수도 없다. 핵과 미사일 개발이라는 무모한 도발을 북한이 먼저 멈춰야 한다. 이를 외면하고 경제공동체를 만들자는 것은 김정은 체제의 영속화 시도를 우리가 도와주는 꼴이 될 수 있다.

문 대표는 또 “북한에 대한 압박과 제재만이 능사가 아니다”면서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남북 간, 북-미 간 회담을 주장했다. 이런 주장은 군사 문제에서 남한을 배제하고 미국과 직거래하려는 북한의 전략에 멍석을 깔아줄 위험성이 있다. 6자회담만 해도 북한의 핵 도발을 억제하기보다는 북한에 시간만 벌어주며 북한의 도발을 돈으로 땜질했다는 부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문 대표의 제안은 전반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의문스럽고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 내용이 많다. 이번 발표문은 통일 분야를 홍익표 새정치연합 의원이, 경제 분야를 우석훈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이 조력했다고 한다. 소수 얘기만 듣지 말고 폭넓게 의견을 들은 뒤 현실적 대안을 제시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5·24조치 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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