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경제는 국가나 시장 아닌 제3의 영역서
사회적 가치 추구하는 경제활동
고용 없는 성장 현실에서 일자리-복지 두 토끼 잡을 대안
이 자본주의 경제의 진화를 자본주의 위협 유령으로 보는건
기득권 보수의 탐욕-무지 때문
“한국에 유령이 출몰하고 있다. ‘사회적 경제’라는 유령이!” 카를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에 나오는 유명한 첫 문장에서 유럽을 한국으로, 공산주의를 사회적 경제로 바꾼 패러디다. 사회적 경제는 유령처럼 한국의 기득권 보수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이제 그 ‘유령’이 출몰한다는 현장 두 곳을 방문해 보자. 서울 마포구 성산동의 ‘성미산마을’에서는 2004년 9월 문을 연 성미산학교를 시작으로 주민 1000여 명이 스스로 공동 육아를 하며, 음식점, 반찬가게, 중고품가게 등을 운영해 오고 있다. 이 마을공동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좌파 양성소’로 보는 쪽이 있는가 하면 다른 쪽에서는 사회적 경제의 모범사례로 꼽는다. 최근 ‘작은나무 카페’라는 이 마을 사랑방이 임차료 문제로 문 닫을 처지에 놓였다.
또 다른 현장인 ‘동네빵네 협동조합’은 2년 전 서울 서대문과 은평 지역에서 경력 30∼50년을 자랑하는 동네 빵집 사장 11명이 모여 만든 사업자협동조합이다. 지역사회 기여와 ‘정직한 빵’을 자부하는 이들이지만 마케팅에서는 여전히 대기업 프랜차이즈와 경쟁하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이런 유령 소동의 중심에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있다. 그는 정부가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을 지원하는 내용의 ‘사회적경제기본법’을 대표 발의한 주인공이다. 이 법이 통과되면 ‘동네빵네 협동조합’의 마케팅은 보다 탄력을 받을 것이고 ‘작은나무 카페’는 문 닫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우파 정당의 유 전 대표가 좌파적 색채의 이 법을 발의하자 우파 논객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예컨대 복거일 작가는 “노무현 정부 시절까지는 시장을 떠받들던 유승민 의원이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신념을 버린 것 같다”고 비판한다.
복 작가의 인식과는 달리 유 전 대표는 시장지상주의자였던 적이 없다. 더구나 정치적 신념은 종교가 아니다. 시대적 환경변화에 맞게 바뀌어야 정상이다. 좌파 386들은 시대가 변해도 낡은 신념을 그대로 고수해 왔다. 그래서 우파 논객들이 그들을 ‘고장 난 시계’라고 질타하지 않았던가.
노무현 정부 이래 우리 사회는 두 가지 큰 환경변화를 맞이했다. 첫째, ‘고용 없는 성장’의 고착화다. 생산 현장에서 기계가 노동을 대체하는 정도가 심해지기 때문이다. 둘째, 정보통신기술의 급속한 발달과 보급이다. 스마트폰 사용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이를 잘 보여준다.
먼저, 고용 없는 성장은 양극화의 심화를 불러왔다. 이로 인해 비정규직을 전전하거나 일자리를 잃은 저소득층, 그리고 소년소녀가장이나 빈곤층 노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를 돕기 위한 기득권 보수의 해법은 무엇인가. 사회적 경제보다 더 나은 대안이 있어서 유 전 대표를 비판하는 것인가.
기업이나 공공 부문이 만드는 일자리는 늘 부족하다.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환경변화를 외면한 채 “성장만이 일자리 해법이다”라고 외치는 것은 탁상공론이다. 사회적 경제가 만드는 일자리에 주목하라. 복지도 마찬가지다. 정부 재정만으로는 모든 복지 수요를 감당할 수 없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사회적 경제가 만드는 일자리만큼 복지 수요가 줄어든다는 사실을 직시하라.
두 번째 변화인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은 ‘동네빵네 협동조합’과 같은 골목상권의 부활 가능성에 청신호를 보낸다. 전에는 동네빵집이 ‘정직한 빵’을 만들어도 많은 소비자에게 제대로 전달이 안 됐다. 하지만 이제는 ‘정직한 빵’이 금방 SNS를 탄다.
그래도 여전히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벽은 높다. 사회적경제기본법을 통해 동네빵집이 프랜차이즈와 경쟁할 수 있도록 돕는 건 독과점이란 시장 실패를 치유하는 좋은 방법이다. 물론 시사IN 김은남 기자가 ‘이런 협동조합이 성공한다’라는 책에서 지적한 대로 정부 지원에 따른 도덕적 해이 가능성은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
유 전 대표는 사회적 경제가 국가도 시장도 아닌 제3의 영역에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경제활동이라고 설파한다. 그리고 복지와 일자리에 도움을 주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역사적 진화라고 주장한다. 이런 진화를 자본주의를 위협하는 유령으로 생각하는 건 기득권 보수의 탐욕이거나 아니면 무지 탓이다. ‘배신의 정치’ 파문으로 유 전 대표가 대표직을 물러남에 따라 사회적경제기본법은 그 추진 동력을 잃고 표류 중이다. 복지와 일자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사회적 경제라는 ‘창조경제’가 유령처럼 떠돌고 있다.
댓글 2
추천 많은 댓글
2015-08-18 18:42:00
전 여당 원내대표가 박원순이 세작이였구먼..새누리당 진짜 문제있네.
2015-08-18 13:38:23
김인규씨 당신은 메스컴에서 나불거릴 소양이 부족한 사람입니다. 어떻게 한림대에 들어간지는 몰라도 당신의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 불쌍하군요. 경제던 정치던 대갈통에 반듯한 객관적 안목과 반듯한 사고능력이 갖추어 져야 됩니다. 당신이 나불거리는 수준은 0. 이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