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띠 졸라매는 롯데… 신동빈, 경영정상화 ‘고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9일 03시 00분


판촉비 500억 줄이는 긴축경영 돌입… 제2롯데월드 등 안전사고 경계령도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17일 열린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 안건 반대 의견을 담은 위임장을 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주총에서 아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에게 패배해 지분에서도 후선으로 밀려났다는 분석이다.

신 총괄회장의 장남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은 17일 일본 도쿄(東京)에서 열린 주총 직후 요미우리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현 경영진을 추인하는 게 거버넌스(기업 지배구조) 향상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아버지로부터 위임장을 받았지만, 아버지도 (신동빈 회장이 주총에 상정한) 두 안건에 찬성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에 머물고 있는 신 총괄회장은 이날 주총에 참석하지 않았고, 신동주 전 부회장만 현장에서 자리를 지켰다. 한편 신동빈 시대를 맞은 롯데그룹은 정상화를 위한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올 하반기 판촉비를 연초 계획보다 500억 원 이상 줄이는 긴축 경영에 돌입했다. 롯데백화점의 1년 판촉비는 4000억 원 정도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상반기에 내수 침체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겹치며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32% 줄었다. 실적을 만회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이 터진 상황에서 실적이 나쁘면 더 크게 부각되니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안전사고 경계령도 내려졌다. 롯데 고위 관계자는 “반(反)롯데 정서가 팽배한 시기에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어떤 비난을 받게 될지 잘 안다”며 “작은 사고조차 안 나게 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부터 잇따른 사고로 불안감을 줬던 제2롯데월드와 대형 매장이 많은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등은 초긴장 상태다.

경영권 분쟁으로 타격을 받았거나 위축됐던 사업들을 복원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올해 말로 허가가 끝나는 서울 소공점과 월드타워점의 사업권을 사활을 걸고 사수하겠다는 각오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으로 그동안 하지 못했던 대외 홍보를 대대적으로 펼칠 예정”이라며 “올해 180억 원의 사회공헌기금을 마련한 데 이어 내년에도 비슷한 규모의 기금을 확보해 각종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면세점은 롯데호텔, 롯데월드어드벤처와 함께 한류 콘서트와 경품 행사를 잇달아 열어 10월까지 중국인 관광객 5만 명을 유치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롯데백화점은 20일부터 1200억 원 규모의 ‘웨딩페어’ 행사를 열흘간 개최할 예정이다.

한우신 hanwshin@donga.com·김범석 기자 / 도쿄=배극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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