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섬유 드론-한지 바닥재… 中 만리장성 넘을 날갯짓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9일 03시 00분


[‘창조경제’ 현장을 가다]<8>효성 전북혁신센터

지난해 11월 창업 공모전에서 입상해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 입주 자격을 얻은 한국게임과학고 학생 9명. 이들은 고전소설을 애니메이션과 휴대전화 게임으로 만드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효성 제공
지난해 11월 창업 공모전에서 입상해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 입주 자격을 얻은 한국게임과학고 학생 9명. 이들은 고전소설을 애니메이션과 휴대전화 게임으로 만드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효성 제공
전주대 휴학생인 황큰별 씨(25)는 요즘 ‘스마트 우산’ 사업에 푹 빠져 있다. 스마트 우산은 탄소섬유 소재를 사용해 가볍고 단단하며 스마트폰과 연동된 블루투스(근거리 무선통신) 기능이 있는 우산이다. 황 씨는 분실, 도난을 막기 위해 스마트 우산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황 씨가 머릿속 아이디어를 사업화할 수 있었던 것은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의 도움이 컸다. 그는 지난해 11월 효성과 전북도가 주최한 창업 공모전에서 스마트 우산으로 대상을 받았다. 올해 1월 전북 전주시 완산구에 자리한 전북센터에 입주했고 6월부터는 효성 파견 직원으로부터 해외 특허 신청 등에 대한 멘토링도 받았다. 황 씨는 “올해 11월까지 시제품을 만들고 내년이면 투자처를 구해 생산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에 설립된 전북센터가 하나둘 성과를 내놓고 있다. 센터 보육 과정을 거친 창업자와 벤처기업들이 제품을 완성시키고 있는 것이다. 전북센터는 탄소섬유 제품, 식품, 게임, 전통 분야에 특화해 창업자와 벤처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6일 직접 전북센터를 방문했을 때 30도를 넘는 날씨에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연신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센터 1층에 들어선 방문객들은 센터 직원의 안내를 받아 각자 필요한 부스로 갔다.

479.33m² 크기의 센터 1층 한편에 위치한 법률, 금융, 특허 상담 부스가 가장 인기였다. 방문객들은 군법무관 출신의 공무원 및 특허청 출신의 국제변리사 등에게 창업을 상담했다. 센터를 들어설 때는 다소 굳어 있던 방문객들의 표정이 직원들의 친절한 상담에 곧 환해졌다.

상담을 기다리는 방문객들은 센터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원두커피를 마시며 효성의 주력 사업인 탄소 소재의 선글라스와 자전거 몸체를 구경했다. 일부 여성 방문객은 한 손으로 들어도 무겁지 않은 효성의 탄소 자전거 몸체를 들어보며 신기해했다.

661.25m² 크기의 센터 2층 창업보육센터에서는 스타트업 벤처기업을 운영하는 젊은 사장들이 센터의 원스톱 서비스를 받기 위해 들락날락했다. 센터에서는 법률 자문에서부터 판로 개척까지 창조경제 활성화를 위한 제반 사항을 마련해 주고 있다.

효성도 팔을 걷어붙였다. 효성은 민간 기업의 생생한 노하우를 막 사업을 시작하려는 젊은 사장들에게 직접 전해 주고 있었다. 효성은 전북센터에 본사 직원 3명을 파견하는 등 창업 도우미를 자처하고 있다.

센터는 내부 4개를 포함해 전체 30여 개 보육 사무실을 두고 있다. 지난해 11월 창업 공모전에서 입상한 한국게임과학고 학생 9명도 보육 사무실을 거쳐 갔다. 이들은 고전소설인 춘향전과 콩쥐팥쥐를 애니메이션과 게임으로 제작했다. 다만 보육 사무실이 학교와 멀어 일상적인 개발은 학교에서 하고, 사무실은 창업을 위한 거점으로 활용했다. 보육 사무실 입주 자격을 얻으면 최대 6개월까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김을연 씨는 센터 도움으로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지난해 8월 혼자서 한지 바닥재를 판매하는 회사(명품한지장판)를 만들었다. 천연 소재 바닥재라서 합판마루가 장악하고 있는 바닥재 시장을 뚫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시장 반응은 좋았지만 혼자서 수작업으로 한지 바닥재를 만들어 내려니 힘에 부쳤다. 올해 4월 전북센터의 도움으로 투자자 파악에 나섰고, 이달 7억 원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김 씨는 “기계 설비를 들이면 대량생산이 가능해져 가격을 더 떨어뜨릴 수 있게 된다”며 웃었다.

전북센터는 보육과 창업을 지원하며 ‘중국’에 주목하고 있다. 제품에 날개를 달아주려면 중국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센터는 중국 정부 산하 기관인 중국국제기술이전센터(CITTC)와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양오봉 전북센터장은 “CITTC는 중국 시장 판로 개척과 투자 유치를 위한 거점이다. 보육 벤처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하고자 하면 빠르고 쉽게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관련 성과도 나오고 있다. 탄소섬유를 이용해 무게가 가벼운 무인기(드론)를 만들어내는 JB드론은 중국으로부터 20억 원 투자를 받기로 최근 확정지었다. 11월엔 전북센터가 지원하는 벤처기업들이 중국 베이징(北京)에 자사 제품을 전시할 예정이다.

전주=백연상 baek@donga.com / 박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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