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門 연 공공기관 “잘 키운 지역인재, 미래의 주역 될것”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9일 03시 00분


[공공기관 이전, 지방에 새바람]<上>‘공공기관發 채용 훈풍’ 확산

부산 11개 기관 합동 설명회 부산지역 대학생 2000여 명이 5월 27일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에서 열린 ‘부산 이전 공공기관 합동 채용설명회’에 참석해 공공기관 인사담당자들의 설명을 들었다. 이 채용설명회에는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부산으로 이전한 11개 공공기관이 참가했다. 부산시 제공
부산 11개 기관 합동 설명회 부산지역 대학생 2000여 명이 5월 27일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에서 열린 ‘부산 이전 공공기관 합동 채용설명회’에 참석해 공공기관 인사담당자들의 설명을 들었다. 이 채용설명회에는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부산으로 이전한 11개 공공기관이 참가했다. 부산시 제공
《 대도시 광주에 밀려 쇠락의 길을 걷던 전남 나주시는 최근 들어 활력을 되찾고 있다. 지난해 말 한국전력과 유관 기관들이 이전하면서 이 지역 음식점들은 빈자리가 사라졌고 땅값도 치솟았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올해로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지역사회가 살아나고 있다. 지역 인재를 채용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앞장서는 공공기관들 덕분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의 적극적 지원을 받는 공공기관들은 지역을 창조경제의 거점으로 삼아 ‘글로컬(global+local) 기업’으로 성장하는 꿈을 꾸고 있다. 》

기말고사를 앞둔 5월 27일 낮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대강당에 대학생 약 2000명이 모였다. 부산혁신도시로 본사를 옮긴 11개 공공기관의 합동채용설명회에 참여한 학생들이다. 한 공공기관 인사 담당자는 “설명회가 시작되기 1시간 전부터 700석이 꽉 찼고 통로가 비좁을 정도로 학생들이 몰려 놀랐다”며 “체감하는 취업 열기가 이전하기 전보다 훨씬 뜨거웠다”고 말했다.

7월 말 현재 114개 공공기관이 지방의 혁신도시로 이전을 완료하면서 공공기관발(發) 채용 온기가 전국으로 퍼지고 있다.

○ 지방에 확산되는 공공기관의 채용 온기

공공기관이 뽑는 지역 인재의 비율은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1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이동이 가시화된 2012년 2.8%에 불과했던 지역별 평균 지역 인재 채용 비율은 지난해 10.2%로 2년 새 7.4%포인트 올랐다. 올해 상반기(1∼6월)에는 이 비율이 11.6%로 늘었다.

앞으로 지방 취업 준비생들에 대한 공공기관의 채용 문턱은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공공기관이 이전한 해당 시도의 대학을 나온 지원자만 우대하고 있지만 인근 지역을 아우르는 ‘생활권’에 속하는 대학을 나오면 채용 우대를 받을 수 있게 하는 법안이 이날 발의됐기 때문이다. 이르면 내년 6월부터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공공기관의 채용 온기는 주변으로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송하율 산업연구원 지역발전연구센터 연구위원은 “1970년대 대전에 대덕연구단지가 생겼을 때도 초기에는 고용 효과가 미미했지만 시간이 흐른 뒤엔 고용이 크게 늘었다”며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고용 효과도 긴 호흡으로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가 지난해 발표한 ‘혁신도시 정책 평가와 향후 추진 방향’에 따르면 본사를 지방으로 옮긴 공공기관의 채용 등으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연평균 10만691명이 전국 각지에서 고용될 것으로 추산됐다.

○ 단순 채용을 넘어 미래 인재 육성으로

공공기관들은 지역 인재를 공공기관의 미래를 이끌 핵심 인재로 키우기 위해 힘을 쏟을 계획이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우리 기관이 향토기업으로 자리 잡으면 어려서부터 기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실력을 키운 인재가 많이 몰릴 것으로 보인다”며 “애향심이 애사심과 결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지역 인재를 핵심 인재로 키우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울산으로 이전한 한국석유공사는 울산대, UNIST(울산과학기술대) 등의 재학생과 울산 인근 중소 정유업체 직원들을 대상으로 ‘석유 아카데미(KPA)’ 강좌를 무료로 열고 있다. 석유 트레이딩 및 마케팅 분야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임직원들이 강의한다.

UNIST 기술경영대학원 오일트레이딩 석사 과정의 이평강 씨(25·여)는 “대학에서는 석유 파생상품을 배웠지만 백과사전식으로 넓고 얕게 배웠다”며 “아카데미를 통해 실제 많이 거래되는 상품을 깊이 있게 공부할 수 있었다”고 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이 지역 중소기업 직원들도 쉽게 듣기 힘든 전문가의 강연을 들을 수 있어 만족해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대구로 이전한 한국가스공사는 에너지산업 분야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대구의 3대 대학인 경북대 영남대 계명대에 5년간 15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미래 인재가 될 에너지산업 분야 전문가 1600여 명을 이들 대학에서 길러 내겠다는 취지다.

경북 김천시로 이전한 한국전력기술은 경북보건대와 협력해 고용연계형 인력 양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까지 3년 동안 19억 원을 들여 컴퓨터이용설계(CAD) 인력을 키울 계획이다. 한전기술 관계자는 “수도권에 본사가 있을 때는 협력업체가 200여 개나 됐지만 이들이 모두 이전하지는 못해 인력이 부족하다”며 “학생들을 지원해 인력 공급의 안정성을 높이려 한다”고 말했다.

○ 지자체도 취업 아카데미 열어

지방자치단체들도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공공기관의 인력 채용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대구시는 6월 시 역사상 처음으로 일종의 취업 준비반인 ‘대구 이전 공공기관 맞춤형 인재 육성 아카데미’를 신설했다. 경북대 계명대에서 추천받은 학생 100여 명이 9월까지 직무 및 인성 등에 대한 강좌를 들을 계획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공공기관들이 최근 채용 전형을 직무 능력과 인성 중심으로 바꿨기 때문에 학생들이 신속하게 바뀐 흐름에 맞출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강좌를 열었다”며 “아카데미에 지원하는 학생이 너무 많아서 당초 계획보다 기간을 늘려 두 차례에 걸쳐 교육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경남도는 지역 인재 채용의 열기가 확산되도록 민간 기업까지 채용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도 출신 대학생을 채용하는 기업에 중소기업 지원 자금을 우선 배정하는 ‘경남형 기업 트랙’을 만든 게 대표적이다. 경남도 관계자는 “2013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약 60개 기업이 경남형 기업 트랙에 참여하고 있다”며 “앞으로 공공과 민간을 가리지 않고 지역 인재 채용 비율을 높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은아 achim@donga.com / 부산=강성명 기자
남권우 인턴기자 고려대 영어영문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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