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도시락 오찬 간담회’에 참석한 직후 이정훈 씨앤테크 대표가 한 말이다. 씨앤테크는 지난해 10월 대전 유성구 KAIST 나노종합기술원 9층의 SK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에 입주했던 ‘1기 드림벤처스타’ 중 하나다. 또 다른 1기 멤버인 엑센의 김준웅 대표도 “수많은 정치인과 성공한 기업가가 지난 10개월간 이곳을 찾아왔지만 오늘만큼 의미 있는 대화가 오간 적은 없다”고 거들었다.
최 회장은 이날 소탈하고 거침없는 화법으로 이제 막 걸음마를 내디딘 벤처기업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1시간 반 동안 진행된 오찬 간담회에서 수시로 큰 웃음이 터져 나왔다. 대전센터 관계자는 “회장님이 원래 저렇게 시원시원하시냐. 오늘 입주 기업 대표들이 완전히 감동받았다더라”며 놀라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기업인으로서는 ‘새까만 후배’들이 막 경영에 복귀한 최 회장에게 박수를 보낸 셈이다.
이런 분위기는 그룹 임원들 사이에서도 화제에 올랐다. 김영태 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은 “벤처기업가들에게 ‘망할 기업은 망해야 전체 생태계를 위해서 좋다’는 직설적 발언을 할 사람은 많지 않다”며 “최 회장의 솔직한 표현이 인상적이었던 모양”이라고 말했다.
14일 사면복권으로 풀려난 최 회장이 첫 현장 경영 장소로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선택한 것은 정부 정책을 의식한 것이라는 일각의 시선도 있다. 이유야 어찌 됐든 결과적으로 그의 첫 대외 행보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이제 최 회장에겐 더 큰 과제가 남아 있다. 10명의 벤처기업가들을 감동시킨 것처럼 적극적인 투자와 고용을 통해 국민을 감동시켜야 하는 것이다. 또 그룹의 총수로서 SK의 신성장 동력도 하루빨리 찾아야 한다. 후배 기업인들에게 강조했던 도전적이면서 윤리적인 ‘기업가 정신’은 스스로에게도 꼭 필요한 상황이다.
최 회장은 17일 사내 인트라넷에 올린 글에서 “잠시라도 쉴 틈이 없다는 절박함이 느껴진다”고 했다. 최 회장의 그런 마음가짐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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